[더팩트|황준익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후 첫 재개발 수주에 이어 분양까지 나서면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알짜 계열사 및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수십 곳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가 워크아웃 졸업에 관건으로 꼽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대구 동구 신천동 481-1번지 일대에 조성하는 '더 팰리스트 데시앙'을 분양한다.
오는 13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4일 1순위 청약, 15일 2순위 청약신청을 받는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0층, 8개 동, 전용면적 100~117㎡, 총 418세대로 짓는다.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100㎡ 70세대 △106㎡ 38세대 △109㎡ 38세대 △115㎡A 174세대 △115㎡B 17세대 △115㎡C 16세대 △117㎡A 48세대 △117㎡B 17세대로 조성된다. 더 팰리스트 데시앙은 대구 동부정류장 후적지 개발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단지다. 입주는 오는 10월 예정이다.
이번 분양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된 지난해 5월 이후 첫 분양이다. 이번 분양 흥행 여부에 따라 시장과 채권단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워크아웃 중에도 안정적인 수주를 보였다. 서산~영덕선 대산~당진간 건설공사를 비롯해 △광명시 자원회수시설 증설공사 △서부산의료원 신축공사 등을 따냈다. 이를 바탕으로 태영건설은 올해도 사회간접자본(SOC) 등 활발한 공공 발주 프로젝트 수주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경기도 의정부 장암6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됐다. 워크아웃 이후 도시정비사업 첫 수주다. 장암6구역은 의정부시 신곡동 351-8번지 일대 지하 2층~지상 28층 6개동, 아파트 392세대로 공사비는 약 1280억원이다.
건설업계는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정리가 경영정상화의 관건으로 꼽는다. 현재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은 59곳이다. 2023년 말 태영건설은 연결기준 -5617억원의 자본총계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PF 사업장의 자산 손상과 추가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다. 지난해 3월 주식 거래도 정지됐다.
이후 태영건설은 기업개선계획에 따라 무상 감자와 출자 전환,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자산총계 2조7556억원, 부채총계 2조3508억원, 자본총계 4048억원을 기록해 자본잠식이 전부 해소됐다. 이에 지난 10월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앞으로 태영건설은 남은 PF 사업장 정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최대 PF 사업장이던 서울 마곡지구 원그로브(CP4)를 준공했다. 시행과 시공을 맡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리스크가 커졌지만 대주단이 3700억원을 투입하며 위기를 넘겼다. 국민연금이 2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확약한 덕분이다. DL이앤씨가 내년께 마곡 원그로브로 본사 사옥을 이전키로 하면서 입주율 상승에 따른 유동성에도 숨통이 트였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0월 루나엑스 골프장 매각에 이어 광명 테이크호텔도 처분할 계획이다. 태영건설은 핵심 계열사인 SBS를 제외하고 팔만한 물건들을 대거 정리하며 1조6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속속 이행하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입찰했던 모든 공공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며 "1년여 동안의 자구 노력을 진행하면서 이제는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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