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묻고 끝' 옛말…네이버 지식인, 커뮤니티형 플랫폼으로 탈바꿈


일회성 이용 패턴 개선에 방점
스낵형 Q&A·AI 기반 질문 생성·랜덤 프로필로 사용자 참여 확대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서비스 공개를 목표로 지식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네이버의 장수 서비스 '지식인'(지식iN)이 23년 만에 새 옷을 입는다.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가 소통하고 지식을 탐색하는 커뮤니티형 플랫폼으로 진화할 계획이다. 오랜 과제로 지적된 일회성 이용 패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서비스 공개를 목표로 지식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지식인은 지난 2002년 출시된 네이버의 간판 지식 공유 서비스로, 현재까지 약 9억5000만건의 질문과 답변이 쌓였다. 지난해에만 약 5000만건이 새로 추가될 정도로 여전히 활발한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출시 초기부터 호응을 얻으며 국내 대표 Q&A 서비스로 자리 잡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검색 의존적이고 사용자 경험이 정체된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천민정 네이버 지식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지식인이 정보 검색과 일회성 사용에 그치는 문제가 있다"며 "질문자가 답을 찾고 즉시 서비스를 떠나는 패턴이 자생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네이버는 사용자 참여를 확대하고 능동·직관적인 탐색의 재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한다. 다양한 답변을 한눈에 탐색할 수 있는 피드형 UX(사용자 경험)와 흥미를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해 사용자가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 디자인 장혜화 리더는 "궁금하면 찾아오고 해결되면 떠나는, 사용자를 기다리는 서비스에서 벗어나, 지식을 적극적으로 찾아주는 커뮤니티로 발전할 것"이라며 "오픈 커뮤니티로서의 사용성을 담아내고 콘텐츠 발견과 탐색에 최적화된 피드 UX와 UI(사용자 환경)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네이버는 새로운 탭 '뉴잇'(New it)을 도입한다. 뉴잇은 '이미 알고 있다'(I knew it)와 '새로운 무언가'(New it)의 의미를 결합한 이름이다. 이 탭은 지식인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되며, 사용자의 반응을 바탕으로 정보 소비와 참여 방식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뉴잇 도입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세 가지다. 우선 Q&A를 '스낵 콘텐츠'처럼 가볍고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스낵 콘텐츠는 짧고 간결하게 구성돼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형태의 콘텐츠를 의미한다. 기존의 단순한 제목과 본문 구조 대신 시각적 유인력을 높인 타이틀 중심의 텍스트 커버뷰를 도입하고 상세 화면으로 이동하기 전 질문과 답변을 미리 탐색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가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천민정 네이버 지식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지난해 11월 열린 단24 콘퍼런스에서 새 지식인 서비스 뉴잇(New it)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TV 영상 캡쳐

또 최신 트렌드 키워드를 자동으로 포착해 질문을 생성하고 사용자에게 답변을 제안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한다. 최신 이슈에 대한 Q&A 문서를 빠르게 확보하고 키워드 기반 개인화 추천 기능을 강화해 일회성 궁금증을 지속적 관심사로 확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느슨한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 오픈 커뮤니티로의 전환이다. 지식인은 익명성을 활용해 솔직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동안 검색을 위한 정보형 Q&A 문서 생성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랜덤 프로필' 기능을 도입해 특정 주제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사용자가 페르소나를 활용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Q&A 상세 화면 '엔드'도 개편한다. 엔드는 지식인의 핵심 영역으로, 전체 사용자 중 83% 이상이 유입되고 머무는 공간이다.

김진아 네이버 지식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한두 번 스크롤 내에서 보여지는 부분만 살핀다. 현재 지식인의 답변 구조는 이런 사용성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Y축을 줄여 필요한 정보만 콤팩트하게 보여주고 빠르게 탐색할 수 있도록 피드 UX를 도입해 다양한 답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용자들 반응은 엇갈린다. 웹 기획 경험이 있는 A 씨는 "지식인은 자세한 답변을 얻기 위한 서비스인데, Q&A를 스낵 콘텐츠화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며 "궁금한 게 없는 사용자에게 시각적 변화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새로운 유저를 끌어모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랜덤 프로필 기능에 대해서도 "신뢰를 쌓아온 상위 답변자 중에서는 기존 아이디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더 많을 것 같다"며 "불필요한 데이터가 쌓이고 누적된 코드 때문에 개편한다고 했는데, 새로운 기능이 오히려 이를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20대 사용자 김 모 씨는 "AI가 화제 키워드를 포착해 질문을 생성하고, 답변을 유도해 시의성 있는 Q&A를 제공한다는 점이 기대된다"며 "과거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사라진 이후 나무위키가 검색 대체재가 됐는데, 네이버가 과거 자산을 바탕으로 이를 구현해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무위키처럼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할 사용자가 얼마나 모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일개미 역할을 할 참여자가 얼마나 들어오냐에 따라 서비스 흥망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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