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전자 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해 4분기 거둔 잠정치를 공개하는 것으로, 같은 해 3분기에 이어 두 회사 모두 다소 부진한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8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전 포인트는 개선 흐름을 나타내며 반전 분위기 속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울 수 있을지 여부다. 앞서 삼성전자는 10조원 초반대인 시장 예상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영업이익(9조1800억원)을 기록했고, 이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위기 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77조9494억원, 영업이익 8조553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202.8%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다. 유례없는 불황에서 벗어난 효과일 뿐, 아직 자체적으로 반등 기반을 마련하진 못했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가격 하락,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 비메모리 부문 적자 등의 어려운 상황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지속해서 하향 조정돼 왔다. 3개월 전 영업이익 추정치는 11조원을 넘어섰으나 현재 20% 이상 눈높이가 낮아졌다. SK증권은 이날 영업이익 추정치를 7조3000억원으로 조정하며 "D램과 낸드 모두 출하 부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앞서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9000억원이지만, 실제로 발표되는 잠정 실적은 컨센서스를 밑돌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PC 등 IT 수요 둔화 역시 지속됐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이 모두 정체된 데다, 제품 출하의 계절적 감소도 예상된다. 모바일경험(MX)과 네트워크사업(NW) 부문 영업이익은 2조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도 이번 주 중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2조4972억원, 영업이익 437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영업이익이 2023년 4분기(3131억원)보다 증가했지만, 마찬가지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어든 지난해 3분기(영업이익 7519억원)에 이어서 또 한 번 고개를 떨구게 될 전망이다.
최근 잠정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하는 증권사들도 적지 않다. 전망치를 내려 잡는 이유는 수요 부진과 물류비 부담, 마케팅·신사업 추진 비용 증가 등이 예상보다 더 크게 반영될 것으로 판단돼서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전 수요는 볼륨존 전략을 기반으로 상대적 양호하나 TV와 PC 수요 개선은 기대 대비 부진하다"며 "재고 조정과 마케팅 비용은 예상 대비 확대되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수익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위기 대응에 실패한다면 두 회사 모두 지난해보다 올해 더 추운 한 해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 강력한 반등 기회가 엿보이지 않는다. 메모리 상황이 개선되고 HBM이 실적에 반영된다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가능성이 큰데, 그전까지 위기를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MX 부문에서는 오는 22일 공개되는 신제품 갤럭시S25 시리즈의 성공이 절실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AI 고도화를 바탕으로 갤럭시S25 시리즈, 폴더블 등 플래그십 중심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아직 반가운 소식이 없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가전과 TV 등에서 수익성 악화가 관측된다. 돌파구는 기업 간 거래(B2B)와 가전 구독 등 신성장 동력이다. LG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 방식 변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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