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고려아연이 내달 열릴 임시 주주총회(주총) 안건을 확정한 가운데, MBK파트너스는 유미개발이 주총에 제안한 안건이 자본시장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미개발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88%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24일 MBK파트너스는 "유미개발의의 주주제안 중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한 정관 변경을 내용하는 주주제안은 유효해도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를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상법에서는 집중투표제 관련해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집중투표 형태로 이사 선임을 청구하는 시점에는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배제돼 있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집중투표제가 허용되는 상황에서도 이사회가 임의로 집중투표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집중투표에 관한 특례'(상법 제542조의7 제1항)에 따라 주총일 6주 전까지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 선임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고려아연 정관에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유미개발에서는 주총에서 정관 변경의 건(집중투표제 도입) 가결을 조건으로 같은 주총에서 바로 연이어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했음에 따라 고려아연이 이를 받아들여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을 결의하는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장 논란도 우려했다. 유미개발을 포함한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들이 집중투표제를 대비해 지분을 매집했다면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채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정보를 본인들만 인지한 상태에서 거래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표 대결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 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어떻게 하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며 "최 회장 측 집중투표제 관련 주주제안은 상법상 3% 룰을 활용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연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며,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주주제안을 이용하는 것으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최 회장의 문제점, 즉 관련 제도를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내달 23일 임시 주총을 열고 고려아연 경영진이 사전에 발표했던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소수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분할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사회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과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