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상황 안정적이지만…금리인하 잠재리스크 상존"


2024년 금융안정보고서 발간…"연체율 상승했지만 복원력 양호"

한국은행이 올해 금융상황이 안정적이지만 금리 인하로 인한 환율 변동성 증대, 금융 불균형 누적 가능성 등의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여의도 전경. /김해인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국내외 높은 불확실성으로 금융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증가된 가운데 한국은행은 양호한 금융기관의 복원력과 대외 지급능력을 통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자영업자 신용위험, 부동산PF 부실 확대, 금리 인하로 인한 환율 변동성 증대와 금융 불균형 누적 가능성 등의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은은 정부·금융 감독당국과 협력하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시에 시행하고 가계부채 구조 개선, 기업부문의 채무상환능력 제고 방안 마련, 금융기관의 복원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24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금융안정 상황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와 통화정책 긴축 완화 과정에서 중·장기적인 금융 불균형이 누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올해 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금리에 선반영되면서 2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늘어났으며, 7~8월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강화되는 등 금융 불균형이 확대됐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물가·실물경제 측면에서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음에도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하여 8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정부·감독당국도 거시건전성 규제를 선제적으로 강화했다. 이러한 정책 조합 덕분에 9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민간신용 레버리지와 가계와 기업 대출 연체율 그래프. /한국은행

가계부채 규모는 2024년 3분기말 기준 1913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 증가했다. 항목별로는, 가계대출이 1795조8000억원(가계부채 중 93.8%)이며, 판매신용(재화나 서비스 판매자가 제공하는 외상거래)은 118조원(6.2%)이다. 가계부채 월별 증가폭은 8월까지 점차 확대됐으나 통화정책 긴축 기조지속과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영향으로 9월 이후 대체로 둔화되는 모습이다.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은 2024년 3분기말 기준 1905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했다. 다만,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 강화 기조 유지 등의 영향으로 비은행금융기관·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의 증가율 둔화 추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은행 기업대출은 2024년 3분기말 1314조4000억원(일반은행 783조9000억원, 특수은행 506조5000억원, 외은지점 24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9%(일반은행 7.9%, 특수은행 3.9%) 증가했다.

은행의 경우 기업의 자금수요가 꾸준히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은행들의 완화된 대출태도가 지속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편 비은행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은 591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1% 감소했다. 이는 기업대출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감에 따라 비은행권이 전반적으로 자산건전성 관리 등을 위해 대출태도 강화 기조를 유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상호금융을 제외한 모든 비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기업 부채비율 관련 그래프. /한국은행

기업의 재무구조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2024년 2분기말 86.2%로, 2023년말(84.6%)에 비해 상승했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23년말 86.0% → 87.9%)은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54.9% → 51.1%)은 하락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기업(과다부채기업)의 비중은 12.8%로 전년말(14.4%)에 비해 낮아졌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13.0% → 12.6%)보다 중소기업(16.0% → 13.0%)이 더 크게 하락했다.

주택매매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2024년 6월중 상승 전환(+0.04%) 이후 8월까지 상승세가 확대됐으나, 이후에는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수도권은 2024년 5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9월 이후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9월 +0.39% → 10월 +0.22% → 11월 +0.11%). 비수도권의 경우 11월중 5대 광역시는 2023년 11월 이후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금년중 1.8% 하락한 반면, 8개 도 지역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다소 저하되는 모습이다. 은행은 수익성이 소폭 개선된 반면 자산건 전성은 소폭 저하됐고, 비은행금융기관은 보험을 제외한 모든 비은행업권에서 고정이하여신비율(총 대출 중 회수가 불확실한 비율)이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저하된 가운데, 수익성도 대체로 부진한 모습을 지속했다.

은행의 경우 총자산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은행의 총자산은 2024년 3분기말 기준 252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해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산 항목별로는 대출채권이 기업 및 가계대출 모두 확대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유가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0.3%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현금 및 예치금은 시중은행의 외화 예치금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18.3%)했다.

차주별 대출채권(원화 대출금 기준)의 변화를 보면 가계대출은 2024년 3분기에 21조4000억원 증가해 1분기(4조8조000억원 증가)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같은기간 기업대출은 13조9000억원 증가했으나, 1분기(18조7000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다.

은행권 고정이하여신비율과 부실채권 발생·정리 관련 그래프. /한국은행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4년 3분기말 0.35%로 2022년 3분기(0.23%) 이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요주의여신 비율도 20.63%로 1분기(0.54%) 이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자산 성장세가 부진한 모습이다. 상호금융 총자산은 2024년 3분기말 103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지만, 저축은행 총자산은 12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다. 자산 건전성도 낮아지고 있다. 상호금융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4년 3분기말 6.63%로 1분기 대비 1.71%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56%로 1분기 대비 0.89%포인트 올랐다.

수익성 부진 지속되고 있는데, 상호금융 ROA(총자산순이익률)은 –0.10%로 3분기 연속 음(-)의 값을 기록했으며 저축은행 ROA는 –0.40%로 1분기 이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 총자산 증가율은 1.6%로 1분기 말(4.2%) 대비 하락했고, 카드론 증가율은 5.5%에서 6.9%로 확대됐으나 캐피탈사의 대출 증가율은 –2.1%로 줄었다.

외환·외화자금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 후 상승 전환하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7월에 1380~1,390원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8~9월 미 연준의 정책 기조 전환과 수출업체의 분기말 달러 매도로 인해 하락하여 9월 말 1,307.8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10월 이후에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미 대선 결과 관련 예측 변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지속 등의 영향으로 상승 전환됐다.미 대선 이후에는 신정부 정책 방향 불확실성과 글로벌 달러화 강세,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환율 상승폭이 더욱 확대되었다.

자본 유출입을 살펴보면 2024년 1~12월(12월 10일 기준)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자금은 211억3000만달러 순유입됐다. 특히, 거주자 해외증권 순투자 규모는 2024년 1~10월 708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는 미국 증시의 호조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투자 확대로 해석된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증감 관련 그래프. /한국은행

금융사들의 손실흡수능력을 살펴보면 일반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총자본비율)은 2024년 3분기말 기준 18.1%, 보통주자본비율은 15.6%로 올해 1분기 대비 각각 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당기순이익 확대와 위험가중자산 증가세 둔화에 기인한다.

모든 은행이 감독기준(11.5%, D-SIB 12.5%)을 상회했다.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3분기말 196.7%로 1분기(213.2%) 대비 16.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고정이하여신의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비은행금융기관 손실흡수능력을 보면 상호금융의 순자본비율은 2024년 3분기말 8.1%로 감독기준(2~5%)을 상회했다.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고정이하여신의 증가로 인해 1분기 60.5%에서 3분기 50.2%로 10.3%포인트 하락했다. 저축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3분기 15.2%로 1분기(14.7%)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고정이하여신 증가와 여신 규모 축소로 인해 1분기 64.2%에서 3분기 58.5%로 하락했다.

한은은 금리 인하와 관련해 자산 가격 상승, 가계 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 불균형 확대에 대비하고, 긴축 통화정책 운용 과정서 나타나는 기업 자금 경색을 막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금리 인하 이 과정에서 자산 가격 상승, 가계 대출 증가, 이에 따른 금융 불균형 확대 등 중장기적 금융 안정 취약성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면서 "금융 여건 완화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여 거시건전성 규제를 선제적이고 일관성 있게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긴축적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취약 기업의 경우 차입 금리와 함께 경기 회복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므로 금리 인하 이후에도 채무 상환 능력 개선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 부문에 대한 원활한 자금 조달 여건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익 창출 능력이 취약한 일부 부실 기업이 우호적인 금융 여건을 이용하여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금융 여건 완화에 따른 신용 경계감 완화와 수익 추구 강화 행태는 금융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비은행 금융 중개 등을 통해 금융 시스템 내 레버리지를 확대하고 상호 연계성을 높여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비전통 금융상품 등의 리스크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 금융 안정의 잠재 리스크 방지를 위해 정책 당국 간 공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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