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하반기 통틀어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주택공급 부족'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1월·8월 두 차례 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며 주택공급 확대·집값 안정화를 꾀했다. 그러나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고, 수도권·비수도권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민 대표 상품인 디딤돌 대출도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한도 축소를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올 한 해 윤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 연초부터 꺼내든 '1·10 부동산 대책'…규제 완화 방점
윤석열 정부는 새해 벽두부터 주택공급에 방점을 찍은 '1·10 부동산 대책'을 공개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공급확대를 꾀하겠다는 게 요지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이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네 가지 대응방안을 통해 국민이 바라는 주택공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재건축 규제 전면 개선이다. 주민 선택에 따라 재건축·재개발이 시행되도록 재건축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착수하도록 하고, 재개발은 노후도 요건을 완화해 신축빌라가 있어도 착수하도록 하는 등 사업 착수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주택공급을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 등에 적용되는 건축·입지규제를 완화하고, 신축 소형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도 담았다. 공공주택은 민간참여 확대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한편, 건설업 활력 회복을 위한 공적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보증 확대 등 정책도 포함됐다.
1·10 부동산 대책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부동산 시장 가격 안정화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근시안적 대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세심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수도권으로 쏠림이 없도록 하는 '직주근접의 주택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주택 공급 우려 확산…'8·8 부동산 대책' 발표
연초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도 주택 공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정부는 또다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일명 '8·8 부동산 대책'이다. 8·8부동산대책의 핵심은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 비(非)아파트 활성화 등 세 가지다. 서울·인근 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8만 가구 이상 신규 공급,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가칭)을 제정해 정비사업 기간 단축·재건축 부담금 폐지, 빌라 등 비(非)아파트 공급 확대 등이 요약본이다. 8·8 부동산 대책이 매끄럽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현재 모두 계류 중이다.
해당 대책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은 '8·8대책 평가·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적 제언'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21~2023년 인허가 후 미착공 아파트(20만호 내외)를 조기 착공을 위한 촘촘한 지원 계획을 세우고, 2023~2024년 인허가·착공물량 감소에 대비해 브릿지론·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 등이 마련·보강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 기업이 집주인인 새로운 '민간장기임대주택' 도입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100가구 이상 대단지에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민간장기임대주택을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 8월 28일 '서민·중산층과 미래세대의 주거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개인 다주택자 중심의 임대차 시장 부작용을 줄이고, 기업의 임대시장 참여를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등 법인 사업자가 장기임대 사업에 나서게 할 수 있도록 과도한 임대료 규제는 풀어주고 과세 중과배제 등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이 역시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는 과거 뉴스테이 정책 실패를 되풀이할 셈이냐고 정부를 맹비난했다. 참여연대는 '서민 주거 안정에 역행한 뉴스테이 되풀이할 셈인가' 논평에서 "시장에서 임무임대기간 20년을 지킬 임대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준자율형은 초기 임대료 제한이 없어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원하는 대로 임대료를 받는 임대사업자에게 저리 기금융자와 지방세 감면 혜택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지원민간임대보다 더 후퇴한 뉴스테이 정책을 다시 꺼내들고 나온 윤 정부를 규탄한다"며 "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고, 임대사업자 의무에 비해 과다한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고 했다.
◆ 공공분양 사전청약 제도 폐지…청약포기 속출
문재인 정부 시절 부활한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청약제도가 2년 10개월 만에 폐지됐다. 사전 청약제도는 집값 급등기에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지난 2021년 7월 재도입됐지만, 사업지연과 취소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전면 폐지됐다. 사전청약은 주택 착공 이후 시행하는 본청약보다 1~2년 앞서 시행하는 청약을 말한다.
사전청약은 지구단위계획이 끝나자마자 청약이 이뤄지면서 지구 조성 과정에서 토지 보상 지연, 문화재 발굴, 기반 시설 설치 지연 등 사업적인 리스크가 그대로 드러나는 제도적 한계가 드러났다. 특히 본청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첨자들의 분양가 상승 부담도 커지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본청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국토부는 사전청약 제도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앞으로는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랬다가 저랬다가'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여론 질타
'갈팡질팡' 조치로 박상우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 사과했던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에 대해 정부가 예고했던 대로 수도권 아파트에만 한정해 적용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빌라 등 비아파트를 사거나 비수도권 아파트를 살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수도권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실수요자들은 "집을 사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디딤돌 대출 금리를 지난 8월 소득 구간별로 0.2~0.4포인트(p) 올리더니, 두 달 만에 대출한도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가 결국 수도권 아파트로 한정한 후속 대책을 내놨다.
국토부는 지난달 6일 주택시장·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기금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조치로 '디딤돌 대출의 맞춤형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디딤돌 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신혼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들이 5억원(신혼 6억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 4억원)을 저금리(연 2.65%~3.95%)로 빌려주는 대표적인 서민 정책 대출 상품이다.
이번 대책 영향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 은행들도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고, 사실상 정책 대출도 꽉 막힌 형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