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시멘트·레미콘 전문기업 삼표그룹이 로봇주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나섰다. 주요 사업들이 건설 경기에 영향을 받는 건설기초소재인 만큼 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 계열사인 에스피앤모빌리티는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주차로봇을 활용한 주차 솔루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자동 로봇주차 기술 '엠피시스템'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 셈페르엠과의 합작법인이다. 로봇주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셈페르엠은 2017년부터 태국과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다. 해외에서 엠피 시스템으로 주차하는 차량은 1만대에 이른다.
이에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이 투자해 2022년 10월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하고 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정 부회장의 지분은 60%다. 40%는 셈페르엠이 갖고 있다.
엠피시스템은 무인운반시스템(AGV) 방식으로 주차로봇과 딜리버리시스템이 결합한 기술이다. 차량 무게 3톤 이상까지 운반이 가능하다. 팔레트 구조인 기계식 주차와는 달리 두께 99mm의 납작한 주차로봇이 건물 내 주차 스토리지에서 전후좌우 모든 방향의 진입 이동은 물론 각 층별 수직으로 층간 이동이 자유로워 좁은 공간까지 촘촘하게 주차할 수 있다. 또 기계식 주차의 경우 차량 종류에 따른 팔레트가 필요했지만 엠피시스템은 세단, SUV, 벤 등 모든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프로젝트마다 다른 시스템의 레이아웃을 통해 동일 공간 내 많은 주차 대수를 확보할 수도 있다. 지하 심도와 층고 감소를 통해 초기 건축비용 절감 및 상업용 공간을 확보, 추가적인 임대 수익 창출 역시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을 꼽힌다.
엠피시스템은 건물을 지은 후 별도 설치하는 기존 기계식 주차장과 달리 건물 설계 단계부터 반영된다. 다만 국내의 경우 제도적 문제 등으로 자동 로봇주차 시스템의 운영 효율성 증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기계식 주차장치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다 보니 시스템의 특장점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에서 로봇 주차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삼표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HL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은 없고 영업손실만 2억3500만원이다. 삼표그룹의 영업망을 바탕으로 국내 설계회사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현재 건설사, 설계회사 등을 대상으로 로봇 주차 장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며 "이를 통해 내년부터 상용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표그룹은 부동산개발 사업에도 진출했다. 우선 삼표산업이 지분 95%를 보유한 에스피성수피에프브이(SP성수PFV)주도로 성수동 삼표 레미콘공장 부지를 개발한다. 앞서 1977년부터 약 45년간 레미콘공장이 운영됐던 이 부지는 2022년 서울시가 제시한 성수 일대 개발 비전에 따라 회사가 공장을 자진 철거키로 하면서 새로운 전략적 부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서울시 공모를 통해 미국 '스키드모어, 오잉스 앤드 메릴'(SOM)사가 제안한 '서울숲의 심장'이 선정됐다. 3개 동 건축물에 글로벌 미래 업무 단지이자 첨단산업 허브 기능을 수행할 업무·상업·문화·숙박·주거 등 다기능 복합 용도계획을 담는다. 현재 SP성수PFV는 서울시와 사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서울시와 사전협상을 통해 기부채납 규모와 용적률 등을 조율하고 있다"며 "사전협상이 마무리되면 내년 말께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표그룹 계열사인 에스피에스테이트는 민감임대아파트 '힐스테이트 DMC역' 시행사로 참여했다. 삼표그룹의 첫번째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 에스피에스테이트는 토지 매입부터 각종 인허가, 자금조달, 분양, 입주 등을 모두 총괄한다. 입주 예정일은 2027년 4월이다. 에스피에스테이트는 DMC역 근처에 삼표그룹 신사옥 건립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연면적 약 3만평, 높이 120m 총 3개동 규모로 오피스 1개동, 공동주택 2개동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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