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불패 옛말③] '조단위 대어' 시프트업, 콘텐츠는 '호평' 주가는 '평평' 왜?


지난달 공모가 대비 밑으로 떨어지기도
모멘텀 풍부한데 정체된 주가에 주주 '답답'
한투 목표가 7만원 제시…내년 기대 시각도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지난 6월 25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프트업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엔 봄과 겨울 뿐이었다. 굵직한 대어가 상장에 나섰고 밸류업도 훈풍을 더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은 연말 주식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12월 현재 신규 상장사 10곳 중 7곳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따블로 거래를 시작한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불어난 손실에 지쳤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IPO 불패는 이제 끝난 걸까. <더팩트>가 올해 신규 상장한 종목의 흐름을 짚어보고, 구조적 개선점과 제안을 담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게임사 시프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콘텐츠의 성과와 뚜렷한 실적 개선세로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원년을 보냈다는 시각도 있으나, 일부 주주들은 주가가 자주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이렇다할 반등이 없는 탓에 아쉽다는 평가도 공존해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시프트업은 전 거래일 대비 0.97% 내린 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50% 반짝 급등했다가 하루 만에 수급이 빠졌지만, 6만원대 주가 저지선은 지켜낸 모습이다.

주가 6만원은 시프트업에 상징적인 숫자다. 지난 7월 12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 당시 공모가가 6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시프트업은 상장 첫날 장중 최고 8만9500원까지 올랐으며 종가 기준으로는 18.33% 오른 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상장 첫날 주가가 시프트업의 역대 최고가였다. 최저가는 11월 15일 기록한 4만7550원으로 최근 부진도 뚜렷했다. 탄핵 정국 이후 게임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그나마 다시 공모가 수준으로 올라왔으나 여전히 제자리를 걷는 주가에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프트업은 상장 당시만 해도 게임업계는 물론 자본시장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2년 만에 진행되는 게임사 기업공개(IPO)는 물론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어였고,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341.24대 1을 기록해 18조5550억원의 증거금이 몰리면서 흥행도 성공했다.

게임을 만들고 유통하는 게임사인 만큼 콘텐츠에 대한 호평도 자자했다. 우선 콘솔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는 상복이 터졌다. 국내 게임 시상식인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본상 부문 7관왕을 차지하더니, 일본에서는 지난 19일 열린 'PS 블로그 올해의 게임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을 휩쓸었다. 내년에는 PC 버전을 출시해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7월 공모가 6만원으로 코스피에 상장한 시프트업은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6만원 밑에서 거래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더팩트 DB

시프트업의 개국 공신으로 불리는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난 10월 중국 국가신문출판사로부터 판호를 발급받아 내년 상반기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승리의 여신: 니케'는 2022년 출시 후 2년 만에 올해 글로벌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상장 후 실적도 개선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올해 매출 2144억원, 영업이익 147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지난해보다 27.16%, 32.40% 오른 수치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주가가 올라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에 주주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애초 시프트업의 공모가가 높게 책정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다시 나오고 있다. 상장 첫날 몸값 4조원을 기록하면서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켰으나, 5개월이 지난 현재 여러 상승 모멘텀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고 있어서다.

사실상 전무한 주주환원책도 주주들의 지적을 받는다. 시프트업은 IPO 당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배당 등 주주환원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아직 배당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상장 원년인 만큼 인위적 주가 부양보다는 내부 투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반면 시프트업의 내년을 기대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시프트업의 상장을 주관하기도 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처음으로 '서브컬처 게임의 높은 매출 안정성이 투자 포인트'라는 제목의 시프트업에 대한 리포트를 내고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책정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브컬처 유저는 게임에 대해 충성도가 높으며 이는 실적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니케'는 출시 이후 DAU(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오히려 소폭 늘어났으며 매출 약간의 분기 등락은 있으나 거의 하락하지 않고 있다"며 "니케 글로벌의 트래픽과 매출이 견조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2025년에는 니케의 중국 출시, '스텔라 블레이드'의 플랫폼 확장 등에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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