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불패 옛말①] 상장 첫날 '따블' 지금은 '반토막'…1년새 무슨일이


스튜디오삼익·케이엔알시스템, 공모가 대비 절반 넘게 줄어
상장 주관사 DB금융투자·금융당국 책임론도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서예원 기자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엔 봄과 겨울 뿐이었다. 굵직한 대어가 상장에 나섰고 밸류업도 훈풍을 더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은 연말 주식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12월 현재 신규 상장사 10곳 중 7곳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따블로 거래를 시작한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불어난 손실에 지쳤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IPO 불패는 이제 끝난 걸까. <더팩트>가 올해 신규 상장한 종목의 흐름을 짚어보고, 구조적 개선점과 제안을 담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초 IPO 시장 전망은 밝았다. 1월 상장한 현대힘스, 우진엔텍 등이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로 포문을 활짝 열었고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조까지 더해지면서다. 이 같은 열기에 과거 상장을 시도했다 고배를 마신 준척급 대어들도 속속 들어 쏟아지면서 한 해 동안 무려 12곳이나 상장일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연말 다시 IPO 신입생들의 성적을 보면 처참하다. 신규 상장사 중 70% 이상은 공모가보다 밑에서 거래 중인 탓이다. 상장 첫날 따블을 기록한 종목 중에서는 공모가 대비 반토막 난 곳도 발생했다. 투자금 유치를 위한 부푼 꿈을 안고 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한 예비 상장사들은 자발적 재수에 나선다. 기업공개(IPO) 불패도 옛말이 됐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익가구로 잘 알려진 가구업체 스튜디오삼익은 지난 17일 83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 11월 15일(7050원) 대비 17.87% 올랐다. 최근 한 달간 수익성이 양호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회사의 연중 최고가를 보면 양호한 평가를 결코 받지 못할 전망이다. 스튜디오삼익의 연중 최고가는 지난 상장일(2024년 2월 6일) 장중 기록한 5만2600원이다. 연고점 대비 10개월 만에 무려 84.20% 내려 앉은 결과다. 상장 첫날 공모가 1만8000원으로 출발해 장중 따따블에 근접한 192.22% 상승까지 맛본 후, 따블을 훌쩍 넘은 3만9900원(121.66%)에 장을 마치면서 성공적인 IPO라는 평가를 받았던 기업의 뚜렷한 몰락이다.

또 다른 증시 신입생 케이엔알시스템도 급락한 새내개주에서 뺴놓을 수 없다. 지난 3월 7월 코스닥에 상장한 유압로봇 시험장비 전문제조업체 케이엔알시스템은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100.37% 오르면서 따블을 기록했다. 다만 17일 종가는 6340원으로 고점(3만8300원) 대비 83.44%, 공모가(1만3500원) 대비 53.03% 내려와 있다.

양 사는 올해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인 것뿐만 아니라 비슷한 점이 많던 상장사다. 모두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공모가 규모도 1만원대였다. 스튜디오삼익이 상장 후부터 단 한 번의 반등없이 쭉 우하향했다면, 케이엔알시스템도 결과적으로 우하향을 그린 것은 맞지만 상장 이후 두 차례 반등한 기록은 있다. 또 양사 모두 상장 후 투자자들의 주목도를 끌 만한 이슈가 부재했다. 최근 10일 기준 일일 평균 거래량도 모두 5만주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실적과 기업 규모 면에서는 명확히 다른 기업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매출은 1000억원에 근접한 스튜디오삼익이 200억원대의 케이엔알시스템보다 5배가량 많다. 올해 실적 흐름도 다르다. 스튜디오삼익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고, 케이엔알시스템은 지난해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주당순이익(PER, 올해 3분기 말 기준)도 스튜디오삼익이 12.38배, 케이엔알시스템은 마이너스(-) 22.11%로 차이를 보인다.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스튜디오삼익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채남기 한국IR협의회 회장,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최정석 스튜디오삼익 대표이사,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이사,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이에 주주와 투자자들은 양사의 유사한 주가 흐름에 의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회사 규모나 실적 등 기업 펀더멘탈로 현 주가가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다 올해 신규 상장사이며 이렇다할 주가 부양 의지나 이슈가 없던 종목이나, 주가 반토막의 원인으로 결국 "시작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양사 모두 상장 당시 공모가가 책정될 때 비교기업의 PER이 다소 높아 고평가 논란을 받았던 경력이 있다. 또 스튜디오삼익과 케이엔알솔루션의 상장 주관사에는 모두 DB금융투자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스튜디오삼익을 단독으로, 케이엔알솔루션은 NH투자증권과 공동으로 주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튜디오삼익은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에 지누스, 시디즈, 오하임앤컴퍼니 등 3곳을 비교기업으로 올렸고 기업 평균 PER 28.88배를 적용해 공모가를 책정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비교기업으로 삼익THK, 라온테크, 서암기계공업 등을 선정하고 PER은 37.79배로 책정해 모두 1만원대 공모가를 내놨다. 10개월가량이 지난 12월 현재 양사의 PER은 공모가 기준으로 책정한 PER에 근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나 주관사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상장과 공모를 심사하는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이 예비 상장사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은 상장 후 기업 운영에 관여할 수 없는 규정이 있어 향후 주가 추이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다. 상장 전 사실상 자율에 가까운 기준으로 비교기업과 공모가가 책정되는 기준 등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피해는 기업은 물론 주주와 투자자에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주가 흐름은 하반기 IPO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한 예시다. 금투세나 불경기, 중동 대치와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 등 대외적인 증시 불안도 한몫했으나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공모가가 결국 새내기주의 발목을 잡고 시장 전체 침체로 이어지게 한 것"이라며 "우선 상장 때 비교기업 선정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 기업과 주관사가 나름의 희망 공모가를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 같은 업종에서 선정하는 형태다. 점수 따라 대학가는 것도 아니고, 주가는 결국 경영 성과와 지배구조·주주환원 등을 통해 시장에서 평가받게 돼있는 것을 알면서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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