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에 널뛰는 금값…내년에도 랠리 지속될까


비상계엄 이후 안전자산 수요 커져
전문가들, 내년 금값 오를 것으로 관측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고조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금값은 최근 5% 가깝게 뛰었다. 글로벌 금 수요가 높은 가운데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추가 상승 여지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값의 상승랠리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3분 기준 금은 g당 전 거래일(12만3400원) 대비 50원(0.04%) 내린 12만3350원에 거래 중이다. 앞서 금값은 연초 1g당 8만원대를 기록했으나 최근 12만원대까지 올랐다.

금값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 이후 연일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금 1g 가격은 12만820원에서 12만1350원→12만1540원→12만2780원→12만3380원→12만4820원으로 올랐다. 지난 3일 g당 12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9일 동안 4.9% 상승했다.

다만,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금값은 지난 10월 이후 조정 국면에 진입하기도 했다. 금값은 지난 10월23일 13만50원(종가 기준)까지 치솟았으나 트럼프 당선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 등으로 하락했다.

이 가운데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뱅킹 잔액도 늘고있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3곳(KB국민·신한·우리)의 지난 13일 기준 잔액은 총 76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7407억원) 대비 284억원 증가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지난 4일 하루 만에 골드뱅킹 잔액이 84억원 늘어나기도 했다.

골드뱅킹은 국제 금시세와 환율에 맞춰 계좌에 예치한 돈을 금으로 적립하는 상품을 말한다. 모바일뱅킹으로 계좌를 만들고 돈을 입금하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금을 구매해 적립해준다. 출금 시에는 당시 시세·환율을 반영해 현금이나 금현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금을 매수·매도할 때 각각 1%의 수수료가 부과되며, 매매 차익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도 3배 급증했다. 이달 초 5억4424만원이었던 골드바 하루 판매액은 4일 15억3865억원으로 늘었다. 골드바와 같은 금 실물은 거래 시 부가가치세·수수료(약 15%)가 발생하고 보관 비용이 들지만 시장 변동성에 매입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금리인하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금 가격은 더 상승할 전망으로 금을 찾는 투자자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더팩트 DB

내년 금리인하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금 가격은 더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 무역 강화와 미중 무역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국내 경기 침체 우려와 혼란스러운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도 강해졌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금 가격 강세 전망은 유효하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동안 예상되는 글로벌 정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금, 은 등 귀금속 섹터로 투자자금이 지속 유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무역 분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헤지하기 위해 안전자산으로 귀금속에 대한 수요를 높일 수 있다"며 "재정 적자에 대한 대응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뤄질 수 있는데 이는 이는 달러 가치 약세로 이어질 수 있어 달러 대체제인 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내년 12월까지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약 419만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예측의 구조적 동인은 중앙은행의 수요 증가"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금값은 주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IB인 맥쿼리는 내년 금 가격 전망치를 1분기 평균 2650달러로 기존 예상치에서 1.9% 상향 조정했다. 2분기에는 평균 2800달러로 이전 전망치보다 12% 뛸 것으로 봤다.

내년 금 가격 전망 관련 신한은행 관계자는 "골드는 스프레드가 높은 상품으로 매입가격과 매도가격에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스프레드를 초과할 만큼 상승해야 차액에 대한 이익을 노릴 수 있다"며 "올해 추가적인 상승이 예상돼 이미 골드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장의 매도보다는 가격 추이를 지켜보시는 것을 추천 드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급한 대량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골드가 없는 상황이면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위해서는 성급한 대량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며 "골드리슈골드테크 상품을 통해 소액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면 레버리지 효과와 위험성을 분산시킬 수 있다. 또한 자산가라면 당장은 지나친 골드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수하기에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절세 목적과 자산 포트폴리오 분산을 위해 가격조정시기에 일부 골드바 구입하시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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