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국내 방위산업(K-방산)계가 그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 특성상 정국 혼란이 지속될 경우 대규모 사업의 지연이나 해외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이 비상계엄 사태로 취소됐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KAI를 방문해 '수리온'을 탑승하고 도입 논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계획이 무산되면서 정부 공백이 국제 방산 마케팅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방문은 통상적인 산업 홍보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KAI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수출하고 있는 수리온 탑승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타이밍이었지만 국제적 마케팅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취소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탄핵 정국이 오래 가면 정부 지원 없이는 쉽지 않은 방산 수출 특성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 구축함(KDDX) 사업도 국방부 장관 공백과 맞물려 일정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6년부터 차세대 구축함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총 7조8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 를 이끄는 국방부 장관 자리가 공석 상태로 남아 운영에 차질이 생기며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방추위는 국방부 차관 대행 체제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추위 관계자는 "현재 차관이 장관의 모든 권한을 이양받아 사업 진행에 있어 법적, 제도적, 절차적 문제는 없다"면서도 "진행 중에 차질이 발생하면 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진행 중인 협의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KDDX 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은 방추위뿐 아니라 대통령실,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일각에서 사업이 새 정부 출범 전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탄핵 정국이나 정부 부재에 따른 타격이 없다는 입장도 있다. 폴란드와의 K2 전차 2차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로템은 상대 측이 특수상황을 이유로 결정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 측은 "계약과 탄핵 이슈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정부에서 방산 수출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이는 신규 계약 체결에 대한 것일 뿐 기존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인 원전 사업도 표류할 위기를 우려하는 모양새다.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내년 3월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원전 사업은 국가 간 신뢰가 중요한 만큼, 국내 정치 불안정이 체코 측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계약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업계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계약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되므로 현재의 혼란이 즉각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체코와의 계약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정 변경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체코 원전 수출 본계약 체결과 관련된 절차 및 일정 모두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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