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82.7세,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 만 60세 정년퇴직 이후에도 해당 세대 대부분이 일을 해야만 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부도 2020년 1월 1일부터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계속고용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 계속고용이 '필수'가 되어가는 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더팩트>가 계속고용의 현재와 내일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대한민국은 내년부터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로 진입한다. 통계청의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총인구의 19.2%(993만8000명)는 고령인구다. 내년에는 20.3%(1051만4000명)로 예상되며, 2050년이 되면 노령인구가 총인구의 40.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15세~64세)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고령노동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계속고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 방안을 두고 경영계·노동계의 입장이 갈린다. 경영계는 법정 정년 연장을 반대, 노동계는 보편적·일률적 정년 연장을 주장한다. 현재까지 9차례 노사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과물은 없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이어지던 사회적 대화마저 끊기면서 계속고용 관련 논의가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정년 연장을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기업 10곳 중 8곳도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달 벼룩시장이 직장인 612명을 대상으로 한 '정년퇴직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5.0%는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중 33.2%가 '노후 준비 부족으로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게 될 것 같다', 28.1%는 '여유자금 확보를 위해 경제활동을 계속할 것 같다'고 했다. 정년을 연장할 경우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연령은 평균 67.6세였다.
기업의 인식도 결을 같이한다. 같은 시기 사람인이 기업 461곳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79.8%가 동의했다. '숙련 근로자의 노하우 활용이 가능'(57.6%), '생산인구 감소에 대비할 수 있어서'(34.2%)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정년 연장 연령은 65.7세가 적당하다고 봤다. 100세 시대인 현 상황에서 시대 흐름에 맞게 정년도 늘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속고용' 대의 공감하지만…경영계·노동계, 방법론은 제각각
정년 연장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자,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6월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 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는 지난 2월 6일 노사정(노동계·경영계·정부) 합의에 따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고용·노동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당시 경사노위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는 노동시장과 국가경제의 활력을 하락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노사정과 공익위원들이 머리를 맞대어 노사는 물론, 세대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꾸려지고 현재까지 총 9차례 회의가 이뤄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각자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합의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경영계·노동계 모두 계속고용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방식을 두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경영계는 법정 정년 연장에 한사코 반대한다. 지난해 기준 100인 이상 기업의 호봉급 도입 비율이 54.4%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의 임금 부담과 고용 경직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정 정년 연장의 효과는 소수의 대기업 노동자만 누리게 되고, 청년층 일자리가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논리다.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정년 연장 또는 선택형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 조정 없는 정년 연장이다. 특히 숙련 노동력의 부족·부양비 급증 등 사회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을 통한 고령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와 인구 감소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부양비 부담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법정 정년 연장을 통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려 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고, 부양비 증가로 인한 정부의 재정 부담 감소에 기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명 '소득 크레바스'(직장에서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단계적 65세 정년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노총·민주노총, 정년 연장 관련 '조직적 결의' 차이
법정 정년 연장 관련해서 경영계 입장과 별개로 노동계 내에서도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얘기다. 가장 큰 차이는 '조직적 결의'를 했느냐 안 했느냐다.
한국노총은 65세 이상 법정 정년 연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경사노위에 노동계 몫으로 참여해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아직까지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년 연장이 대기업 등 공공 부문 정규직 근로자에게 혜택이 쏠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다만 지난달 19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관련 문제에 대해 퇴직 후 재고용이 아닌, 법정 정년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 조만간 통일된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달 19일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입장을 발표할 것 같다"고 귀뜸했다.
다만 통일된 노동계 입장이 나오더라도 계속고용 논의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변수가 생겨서다. 이 사태와 관련해 한국노총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대통령 소속 사회적 기구에서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대화 기구에서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계속고용 방안 마련도 무기한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상당수 노동 정책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기초로 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계속고용 방안 마련 토론회'도 내년 1월로 밀렸다.
이에 대해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고령자 계속고용 의제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흔들림 없이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노사정 주체들의 책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⑥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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