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카카오뱅크 주주들은 올해 유독 고민이 깊었다. 여실히 드러나는 외형적 성장에도 3년째 고점보다 절반이 넘게 빠진 주가에서 오르지 못하던 카카오뱅크를 경쟁사의 성장, 지배구조 문제 확대 등 악재에 이제는 놓아줘야 할지, 중장기적으로 보고 저가에 더 모아갈지를 판단해야 했다.
특히 지난 7월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고민의 깊이는 더해졌다. 금융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개선되면서 카카오뱅크도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써가고 있지만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매수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연말 들어 다소 의외의 흐름를 보인다. 11월 기껏해야 2만원대 초반에서 거래된 카카오뱅크는 이달 4일 장중 2만5000원을 돌파하는 등 최근 주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전날인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이탈하면서 외인 비율이 높던 KB금융, 신한지주 등 금융주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후 카카오뱅크는 탄핵 정국이 시작된 후 금융주는 약세 기조를 더해가는 와중에 11일 하루에만 4.32% 오르는 등 여전히 2만원대 중반선을 유지하고 있다. 모기업인 카카오는 물론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사들도 유사한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 등 관련주들의 강세를 두고 카카오가 윤석열 정부에서 많은 탄압을 받은 기업집단 중 한 곳이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입지가 흔들리자, 반사이익을 얻은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왔다.
그러나 시국과 관련된 움직임을 제외하더라도 카카오뱅크의 최근 행보에 주목해 주가 흐름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3대 인터넷은행(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중 유일한 상장사로서 최근 금융당국이 권고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해 주주와 투자자의들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주가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후 12거래일간 11.29% 올랐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밸류업 계획은 주주환원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의 단계적인 성장을 골자로 한다. 주주환원율은 현행 20%에서 향후 3년간 50%까지 확대하고, 2023년까지는 ROE를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외형적 성장은 물론 주가 부양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로 비친다.
또한 2027년까지 자산 100조원대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비이자이익인 수수료와 플랫폼 사업에서 연평균 수익률을 20% 높여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순이익 부문 만큼은 지방은행과 견줄만한 수준까지 성장한 카카오뱅크를 두고 비례하지 않는 주가에 한숨짓던 주주들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일부 주주 사이에서는 연말 배당 기대감도 겹치면서, 3년 만에 따뜻한 겨울을 맞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종종 나왔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기대와 우려와 공존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 모양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3% 오른 3556억원으로, 지방은행 중 같은 기간 순이익이 가장 높은 BNK금융지주(3847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이룬 것은 사실이나, 목표한 수치들이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향후 사업성과를 봐야 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어서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외형 성장 목표는 총자산 62조원으로 올해 자산 증가율과 유사한 15% 수준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경우 목표한 100조원 도달이 가능하다"면서도 "2030년 ROE 15% 목표는 매년 20% 수준의 이익 성장과 50%의 주주환원율을 가정해야 실현 가능하다. 순이익 규모도 현재보다 3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 다소 도전적인 과제"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주환원 여력은 우려보단 기대에 가깝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배당(2024년 이사회 결의 기준)은 주당 150원으로 시가배당률 0.55%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주주환원율을 확대한 밸류업 계획 등을 통해 유의미한 상향이 기대되고 있다. 전 연구원은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현재 주가가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를 상회하고 있어 자사주 소각보다는 배당 확대를 통한 총주주환원율 상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