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갑갑한 심정입니다. 통상 이맘때 종강이 다가오면 대학생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12월 들어 평일, 주말 모두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가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불러온 탄핵 정국에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주류 업계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연말연시에 예정돼 있던 단체 모임이나 회식 등을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유흥 시장에서 주류 판매가 급감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더 큰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흥 시장 주류 판매가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1년 중 매출 기대치가 가장 높은 기간인 12월에 탄핵 정국이 시작되면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시위가 펼쳐졌을 때도 소비 지표가 급감하면서 업계는 타격을 받았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불황으로 술 문화가 축소되면서 소비량이 줄고 있는데 설상가상이다"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단체 술자리보다는 제품 연말 마케팅 활성화로 가정 시장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유흥 시장에서는 모임이 줄어 주류 판매가 감소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채널에서 팔리는 술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어서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진로·일품진로 크리스마스 에디션', '참이슬 오징어게임 에디션'을 출시했다. 오비맥주 스텔라 아르투아 브랜드는 오는 20일부터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를 열고 '한맥 홀리데이 스페셜 패키지'를 선보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새로·크러시 입점채널 확대, 청하 판매 활성화 등 기존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주요 상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현장 판촉 행사는 올 연말에 축소될 수 있다"며 "단체보다는 개인과 소규모 모임, 외식보다는 집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길어질수록 주류회사를 포함한 유통업계 타격은 커질 전망이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102.7이었던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탄핵 정국이 시작된 11월 96까지 떨어졌다. 이어 12월 94.3, 이듬해 1월 93.3, 2월 94.5, 3월 97이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고 나서야 100을 넘겼다.
최근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을 받던 지난 2022년 7월 86까지 내려갔다가 지난달 100수준까지 회복된 상황이다. 지난 2016년 탄핵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평균보다 경기가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위가 계속되고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질 수록 소비는 줄어들 것"이라며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등 결과가 나와야 시장이 조금이라도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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