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폐지 트럼프 2기…탄핵 정국에 불안한 'K배터리'


1~10월 배터리 3사 합산점유율 20.2%
국내외 불확실성 높이는 사안 '산적'

1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합산 점유율은 20.2%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점유율이 하락한 가운데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배터리 업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친환경 정책 축소 가능성이 배터리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2021년 1~10월 31.7%였으나 3년 만에 20.2%로 떨어졌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하락한 점유율은 중국 업체로 이동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BYD(비야디)의 합산 점유율은 39.7%에서 53.6%로 치솟았다.

이 가운데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국내 배터리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할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임기 중에도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하며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는 비우호적인 정책을 펼친 바 있다. 보조금 축소는 전기차 제조사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해 배터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생산 설비를 확장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발맞춰 투자를 강화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합작 공장을 약 1조4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미국 정부로부터 약 10조5000억원(75억4000만달러)의 대출을 지원받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1, 2공장에 투입한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점유율이 하락한 가운데 내달 20일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의 투자 계획과 사업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P·뉴시스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기업의 투자 계획과 사업 전략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 현지 생산 라인 운영 비용 증가와 수요 감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회사는 내연기관 차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배터리 회사는 대안으로 ESS(에너지저장시스템)에 의존해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정권은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유예하고 화석연료를 선호하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ESS 시장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배터리사의 공장 가동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실제로 IRA 정책의 연속성을 요청하면서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견제"라며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 모두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높이는 등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중국산 제품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임기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심화시켰다. 재선 이후에도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친다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수급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는 "트럼프 정권의 정책 기조는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에 원자재 수급 불안정과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hyang@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