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캐리어 시대<상>] 2년 뒤 '통합 대한항공' 출범…화학적 결합 시나리오는?


인력 재편 시험대...구조조정 반발 거셀 듯

대한항공은 11일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대금 1조5000억원(영구채 3000억원 별도) 중 계약금·중도금 7000억원을 제외한 8000억원을 납입했다. 이에 따라 12일부터 아시아나는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됐다. /더팩트 DB

대한항공이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했다. 1969년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국영기업이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이 탄생한 지 55년 만이다. 4년에 걸친 국내외 경쟁당국 심사를 마치고 물리적 결합을 마친 두 대형 항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대한항공의 DNA를 아시아나에 심는 화학적 결합 과정에서 일각의 반발, 소비자 선택권 축소 우려 해소 등 과제도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후 펼쳐질 항공업계 재편 시나리오와 소비자 영향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38년 동안 양대 대형 항공사(FSC)로서 경쟁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2년간 대한항공 자회사로 운영되다가, 최종적으로는 대한항공과 한 몸이 될 예정이다. 지난 4년간 국내외에서 진행된 지난한 절차를 마치고 물리적 결합을 마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거부반응 없이 화학적 결합을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아시아나 신주 인수대금 1조5000억원(영구채 3000억원 별도) 중 계약금·중도금 7000억원을 제외한 8000억원을 납입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지분 63.88%를 확보했다. 상법에 따라 납입일 다음 날인 이날부터 양사는 모자회사 관계가 됐다.

대한항공은 향후 2년 동안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운영한 뒤 최종적으로는 '통합 대한항공'을 만들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16일 아시아나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이 대표이사로 언급된다.

화학적 결합 관건은 부작용 최소화라는 평가가 있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매출은 각각 14조6000억원·6조5000억원으로 단순 합산액은 21조1000억원이다. 결합 이후 합산 매출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양사 운영 방식, 기업문화 등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부반응을 최소화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인력 재편이 화학적 결합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본다. 아시아나 조종사를 비롯한 직원은 운수권·슬롯(특정 공항 시간당 이착륙 횟수) 양도와 중복 노선 정리·축소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고용 불안을 호소한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 일반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서비스노조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가 지난 7월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합병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아시아나 조종사 노동조합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 부문 매각 결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다만 법원은 해당 신청을 각하했다. 조종사노조는 인수합병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미국 연방법원에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급과 급여 체계, 보상 제도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이 합병할 당시에도 급여와 직위 등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 대한항공 DNA를 심으려면 사실상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외적인 인식 변화를 위해 기업이미지(CI)와 항공기 도색 변경도 진행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청자색과 베이지색 조합 유니폼을. 아시아나항공은 베이지색과 색동색 조합 유니폼을 사용하고 있다. 통합 대한항공은 새로운 CI와 항공기 도색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노선 및 네트워크 다변화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사업 확장을 통한 인력 재배치를 방안으로 언급한다. 사업 확장을 통해 인력 재배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단순 여객 항공사에서 벗어나 '메가 캐리어'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황용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선 확충이나 다변화를 통한 사업 확장이 부작용 없는 인력 재배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라며 "여객 사업뿐만 아니라 화물이나 방위산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화학적 결합을 도울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등 화학적 결합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항공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국제선 네트워크 강화와 기업결합 후속 항공네트워크 개편 등을 언급했다.

국토부는 "기업결합 항공사의 노선 개편을 통해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양사가 중복 운항하던 노선은 통합하면서 아일랜드 더블린과 덴마크 코펜하겐 등 신규 노선·신흥 시장 취항을 유도·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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