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명품 수요가 둔화되자 매출 상당 부분이 명품에서 나오는 갤러리아 명품관의 올해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연 매출 1조원 규모 백화점 중에서는 드물게 올해 상반기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다. 명품 업계도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를 맞고 있는 가운데 갤러리아 명품관이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급성장했던 명품 시장이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달 13일 공개한 연간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 감소한 3630억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을 제외하고 개인 명품 수요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간 전체 매출을 떠받쳐온 명품 수요가 흔들리자 국내 백화점 업계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특히 매출의 약 40%가 명품에서 나오는 갤러리아는 쓴웃음을 짓고 있다.
일단 갤러리아의 주력 점포이자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유일한 점포인 압구정 명품관의 조짐이 좋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 명품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백화점 중 전년 대비 매출 역성장을 기록한 곳은 갤러이아 명품관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밖에 없다.
갤러리아 명품관이 명품 수요가 높은 압구정에 위치한 점포임에도 매출이 떨어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압구정 명품관은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전국 백화점 가운데 매출 8위를 할 정도로 잘 나가던 점포였다. 그러나 지난 2023년 순위가 10위 밖으로 밀려나 11위를 기록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한 단계 더 떨어진 12위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강남권에 위치한 경쟁 백화점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일제히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무역점과 압구정 본점 매출도 각각 1%, 2.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경쟁 백화점들과는 달리 명품 브랜드에만 집중하고 있는 갤러리아 전략 상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분석한다.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하1층 재단장해 올해 선보인 스위트파크(디저트 전문관)와 하우스오브신세계(프리미엄 푸드홀)가 소비자를 끌어모으면서 지난해보다 약 한 달 빠르게 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 '팝업의 성지'로 불리는 더현대서울은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 중 루이비통 하나만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른 성과다.
경쟁 백화점들은 둔화된 명품 수요를 젊은층을 유인할 수 있는 콘텐츠로 대체하며 매출 감소를 방어하고 있지만 갤러리아는 여전히 명품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다.
특히 압구정 명품관은 '럭셔리 공간'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일부 매장 리뉴얼까지 들어갔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지는 이번 명품관 리뉴얼의 핵심은 웨스트 공간의 명품 브랜드 강화"라며 "상대적으로 명품 브랜드가 적었던 웨스트 공간을 대폭 리뉴얼 해 명품관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VIP 콘텐츠에 집중하는 갤러리아의 전략이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젊은세대가 몰리는 공간에 소비력 높은 5060 세대가 따라붙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백화점들도 명품보다 트렌디한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에 10위권 안팎의 백화점 순위에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