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인수' 메리츠화재, P&A 활용 '우량자산 확보' 가능할까


MG손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약 8000억원 가까운 자금 필요
고용승계 의무는 없어…노조 반발 예상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P&A(자산부채이전) 방식을 활용해 우량 보험계약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메리츠화재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MG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P&A(자산부채이전) 방식을 활용해 MG손보의 우량 보험계약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반보험을 늘릴수 있지만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인 MG손보의 재무개선과 더불어 고용승계를 바라는 노조 측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한 인수제안서를 검토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최종 선정했다. 메리츠화재와 함께 입찰에 나섰던 데일리파트너스는 자금조달 계획이 미비해 입찰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는 지난 2022년 금융당국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무려 네 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MG손보는 지난해 말 기준 831억원 순손실 기록했으며, 결손금 규모도 2160억원이라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보험사의 대표 건전성 지표인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의 경우 올해 2분기말 44.42%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권고 비율인 150%에 한참 못미치는 숫자다.

이 때문에 MG손보를 인수하려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정 매각가액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지만, 여기에 자본 확충을 위한 자금이 8000억~9000억원 가까이 투입돼야 한다. MG손보 인수자에게 최대 5000억원의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인수금액이 5000억~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높은 비용지출이 예상됨에도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하는 것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 메리츠화재가 경쟁사 대비 화재보험, 가정종합보험 등 일반보험의 비중이 낮지만, MG손보를 인수하면 보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올해 3분기 기준 장기보험 수입보험료는 7조2125억원 수준으로 자동차(5555억원), 해상(443억원), 화재(607억원) 등 일반보험 수입보험료를 모두 합한 것보다 규모가 크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방식이 아닌 계약이전(P&A)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P&A 방식의 인수가 진행되면 새로운 법인이 생기고, 비우량 자산과 부채만 남은 MG손보를 예보가 청산하는 절차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예보와 메리츠화재는 MG손보의 채권 등 자산 가운데 얼마만큼을 비우량 자산으로 볼 것이냐를 협상할 전망이다.

P&A 방식이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MG손보 노조 등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는 지난 10월 금융위원회 앞에서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우량 자산만 선별하는 P&A 방식을 통해 노동자들을 해고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당시 "중소형 손보사 인수에 업계 1위를 다투는 초대형 원수자가 끼어든 이유는 600명이 넘는 노동자를 부실 계약과 묶어 털어 내고 좋은 계약, 우량자산만 선별해 가져가는 계약이전(P&A)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며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거쳐 인수자로 확정되면 MG손보 노동자들은 실직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노조 관련)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만큼 실사와 협상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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