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12·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으로 항공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40원을 넘어서며 항공사들의 운영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국들이 잇달아 한국에 대한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항공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36.80원이다. 이는 3일 연속 상승세로 전날 대비 12.80원 높은 수준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정국 불안이 결합하면서 환율은 한때 1446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항공사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항공업계는 주요 비용인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를 대부분 달러로 결제한다. 대형 항공사는 항공기의 절반 이상을 임차해 사용하고, 저비용항공사(LCC)는 거의 전량을 빌려 운영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 환산 손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외화로 보유한 부채가 원화로 환산될 때 금액이 늘어나면서 항공사의 부채 비율이 상승하고, 당기순이익이 감소해 재정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이 심한 현재 상황에서는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치솟은 환율에 비용 부담이 크다"며 "유류비뿐만 아니라 달러로 가지고 있는 부채도 절대적인 금액에 변화가 없음에도 원화로 지불하게 되는 금액이 올라 직접적으로 부담이 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주요 국가들이 잇달아 한국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점도 항공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지난 4일 한국의 주요 시위 지역인 광화문, 삼각지, 여의도 등에 여행 경보를 발령하며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미국 국무부와 캐나다 외교부도 한국 방문에 주의를 당부했으며 주한일본대사관은 한국 거주 일본인들에게 경각심을 가지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도 한국을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며 불필요한 방문을 재고하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바운드 예약(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예약)의 변동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계엄 발표 직후 예약 취소 문의가 있었으나 현재는 비교적 안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3분기 기준 외화환산손익과 파생상품손익이 상계돼 외환 관련 손실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며 "지속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저비용항공사를 포함한 다른 항공사들은 아직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이 단기적 문제에 그칠지, 장기화할지에 따라 향후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며 "추가적인 노선 축소는 검토하지 않고 있으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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