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이어 개미도 '패닉셀'…그런데 기관은 '줍줍'


개미 '투매' 기관 '매집' 외인 '관망'
원화가치 하락 따른 저가 매수 영향 해석도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2%대 급락하면서 연저점을 경신한 가운데 개인과 외인, 기관 등 유형별 투자자들은 유형별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외인(외국인 투자자)에 이어 개미(개인 투자자)도 '패닉셀'이다. 급락 폭이 커서 투자자들이 시장에 주식을 내던지는 행위를 일컫는 '투매'라는 표현까지 언급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부결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증시에 불안감이 증폭된 영향이다.

그러나 기관(기관 투자자)은 매수에 집중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관이 사들이는 규모를 보면 '매집'에 가깝다. 계엄 사태 이후 외인의 강력한 매도세와 기관의 일부 매도 움직임이 부추긴 하락장을 홀로 지탱하던 개미들이 불확실성 확대로 무너지는 가운데, 투자자별 투자 유형은 엇갈린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48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2% 내린 2364.56에 거래 중이다. 장중 올해 최저점(2363.98)도 갈아치웠다. 지난 6일 최고 240만7000원까지 주가가 오르면서 현대차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시총) 5위까지 오른 고려아연은 이날 15% 넘게 내리며 시총 순위 11위까지 주저앉았다. 홀로 강보합(0.54%)을 기록 중인 시총 2위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삼성전자(-1.29%) 등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하락 중이다.

지수를 끌어내리는 원인은 개인의 집중 매도다. 개인은 이날 하루에만 715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외인 비율이 13%대에 불과해 개인 주주가 많은 고려아연이 이날 급락하는 비중이 높지만, 시총 50위권 내에서 빨간불을 켠 종목이 단 5곳에 불과하다. 상승 중인 종목 6개 중에서도 현대모비스(1.90%)를 제외하면 모두 0%대 강보합권이다.

그간 지수 하락을 이끌던 외인은 다소 관망하는 모양새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에 따르면 외인은 이날 순매수와 순매도를 번갈아 기록하다가 장이 거듭될수록 매도 폭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2시 48분 기준으로는 352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놀라운 건 기관의 순매수세다. 기관은 이날 6572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동향에서도 1536억원(차익 1409억원, 비차익 127억원) 순매수로 플러스(+)다. 기관의 매수세가 없었다면 역사적인 저점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올 정도다.

기관의 힘은 이날 코스피와 동반 연저점을 기록 중인 코스닥에서도 드러난다. 코스닥은 이날 무려 4.92% 내린 628.77에 거래 중이다. 역시 개인이 1880억원을 홀로 팔고 있고, 기관은 809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개인의 대량 매도세를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이 지지하는 셈이다. 연기금은 지난 4일부터 3일간 코스피에서만 8752억원어치를 사들인 곳다. 외인은 이날 코스닥만큼은 1137억원 매수 우위다.

환율 영향도 감지된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후 증시만큼 높은 변동폭을 그렸고 이날 최고 1438.3원을 기록했다.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미국 등 해외 증시는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에 한국 증시에 저가로 매수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이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개인과 기관의 투자 동향을 주시하면서도 결국 외인의 수급이 받쳐줘야 증시가 변동 폭을 줄이고 반등한다고 내다봤다. 외인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다음 날인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총 1조11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반등하려면 결국 외국인이 나서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지수 낙폭은 제한됐으나 외국인이 순매도 기조를 이어 나간다면 시장 흔들림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kun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