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계엄에 짐싼 외국인···'불확실' 갇힌 韓증시 어디로


코스피 시총 2000조원 '붕괴'
외인 이탈,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 불확실성 기인 해석도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이후 3거래일간 1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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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이라진 기자]

◆ '계엄 사태 여파' 韓증시, 외인 이탈 '지속'···향방은?

-다음은 증권업계 소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한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코스피에서만 무려 1조3348억원을 팔아치웠습니다. 이 여파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2000조원이 붕괴되기도 했고요. 이후 6일에도 시가총액은 더욱 줄었습니다.

-그렇군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요.

-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10월에도 국내 증시를 순매도 하면서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순매도하고 있는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계속해서 팔아치우고 있던 상황에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어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어떤 전망을 내놓고 있나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비상 계엄을 초유의 사태로 보고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야한다는 여론이 없진 않았는데요. 다만 증권가에서는 어느 정도는 인정하나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분위기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상반기 약 30조원을 순매수했는데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순매수한 금액 만큼을 이미 순매도한 상황인데요. 전체 외국인 순매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를 제외하고 보면 하반기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관측입니다.

또 계엄 사태로 코스피가 2450선까지 하락했지만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보다 조금 낮은 2340을 저점으로 봤습니다. 팬데믹 시기의 수준까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고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의 지표까지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대두되고 있는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국내 증시가 급격히 기울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네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실적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는 해석도 있고요.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외인 투자자의 수급 이탈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상계엄 선포가 해제됐지만 불안한 정국이 계속되며 K푸드·K뷰티 업계에도 김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시내 한 뷰티 매장에서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뉴시스

◆ 비상계엄 후폭풍 여전···전 세계서 활약 중인 K푸드·K뷰티 어쩌나

-이번엔 유통업계 살펴보겠습니다. 비상계엄 선포가 해제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이번엔 탄핵 결의안이 언급되며 정치적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에 K푸드·K뷰티 등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확장하고 있는 식품·뷰티·패션 등 이른바 'K산업'이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난데없는 비상계엄과 그 후폭풍으로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막 회복하며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는데 찬물을 끼얹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돕니다.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내수 회복 지연, 국제적 위상 추락 등이 겹치며 우려가 여전하다면서요?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던데 이 사태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는 어떻게 될 전망인가요?

-비상계엄 선포 후 로이터통신·BBC·니혼게이자이신문·중국관영·신화사 등 외신들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주목했습니다. 이 밖에도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조차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는데요. 이에 불안한 국내 정서가 한국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닭볶음면', '인스턴트 음식' 등 최근 한국 식품의 해외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잖아요. 특히 K푸드 효자품목으로 '라면'이 꼽히고 있는데 식품업계에선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라면의 경우, 올해 11월까지 수출액이 9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11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비상계엄 선포로 국제적 이미지가 손상되면 수출 확대를 돌파구로 삼아온 식품업계엔 아무래도 매출에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급등하면서 해외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농심 등 식품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뷰티와 패션 업계는 좀 어떠나요? 아무래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잡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파동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은 CJ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 외국인 쇼핑 성지로 떠오른 곳들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인데요. 불안정한 정국에 관광객이 줄어들면 외국인 매출 비중이 큰 브랜드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올리브영의 경우, 서울 명동 중앙길 주요 매장의 일평균 매출 95%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며 올 10월까지 성수 내 매장 외국인 매출도 300% 가까이 증가했는데요. 이처럼 K뷰티의 성장을 주도해온 터라 현재 상황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 등 주요 기업 외 중소기업이 만든 인디 브랜드도 인기인데요. 대기업에 비해 자본이 부족하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와있거나 투자가 중요한데 불안정한 정국이 지속된다면 아무래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망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이라고요? 향후 상황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거겠네요.

-이번 사태가 수출에 영향을 미칠 거라 판단하지만 일단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식품·뷰티업계에선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하는데요.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3~6개월치 원자재를 비축하고 있어 당장 수입 부분에서 무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군요. 최근 정부가 조지아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하고 코트라가 '2025 세계시장 전출전략 설명회'에서 '코리아 브랜드'를 내세웠는데 이런 흐름 속에 'K식품'과 '뷰티'가 더욱 입지를 공고히 할지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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