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인사·조직 새 단장 마무리…물갈이 없이 군살 빼기 주력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인사 마무리 수순

4대 그룹의 연말 정기 인사가 마무리 수순이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4대 그룹이 정기 인사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주력 사업 환경에 따라 그룹별 경영 처지는 다르지만, 이들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공통된 키워드를 제시하며 내년도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어떠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는지 힌트를 제시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5일 SK그룹을 끝으로 4대 그룹의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안이 모두 공개됐다. LG그룹은 지난달 22일 일찌감치 인사·조직 새 단장을 끝냈고, 삼성은 지난달 27일 전자 사장단에 이어 순차적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중순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실시한 현대차그룹은 이달 중 임원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 전쟁 중 장수 바꾸지 않는다

4대 그룹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그룹 사장단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 반도체 위기론에 시달린 삼성전자의 경우 당초 '물갈이 인사'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업부장만 교체됐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에게 대표이사직과 메모리사업부장직을 겸하도록 하는 등 기존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 한종희 부회장과 그룹 컨트롤타워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를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도 유임됐다. 한종희 부회장은 이번에 신설된 품질혁신위원장도 맡게 됐다.

SK그룹 사장, 부회장단도 변화가 크지 않았다.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SK디스커버리 대표를 맡아 SK㈜와 SK디스커버리 간 협력을 강화한 것이 유일한 특이점이다. LG그룹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재신임했다. 현대차그룹만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호세 무뇨스 사장을 그룹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해 비교적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4대 그룹이 기존 경영진 체제를 유지한 것은 내년도 사업 추진에 있어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 과열, 트럼프 2기 출범, 글로벌 경기 둔화, 기업 간 기술 경쟁 격화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험이 많고 위기 대응력이 뛰어난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는 건 사업 연속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그 체제 아래 미래 준비 차원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요 그룹 인사에서는 임원 수를 줄이는 조직 슬림화 기조가 이어졌다. /더팩트 DB

◆ 임원 승진 줄여 '조직 슬림화'

또한, 4대 그룹은 일제히 '군살 빼기'를 시도했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임원 승진자는 137명으로, 지난해(143명)보다 줄어드는 동시에 2017년 5월 96명 이후 7년 만에 최소 규모를 기록했다. LG그룹의 임원 승진 규모도 지난해(139명)보다 18명 줄어든 121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부터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SK그룹은 총 75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2022년도(164명), 2023년도(145명)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조직 개편을 통해 여러 조직에 나뉘어 있던 기능을 통합, 전사 조직 단계를 4단계로 축소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신속하고 기민한 의사결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공통 목표 '본원적 경쟁력 강화'

이밖에 기업들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SK그룹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이끈 김필석 박사를 SK이노베이션 최고기술책임자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올해 상반기 SK그룹의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는 지경학 이슈를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그는 미 무역대표부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하다 지난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했으며, 이번 인사에서 그룹 미주 GR(Government Relations)을 총괄하도록 역할이 확대됐다.

현대차는 대외 협력과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등을 총괄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 고문역을 사장으로 임명하며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 대응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가 한진만 DS 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긴 것도 미국 현지에서 고객 대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4대 그룹은 이번 인사·조직 개편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공통 키워드로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조직 분위기 일신을 위해 파운드리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 보직과 DS 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은 연구개발 임원 수를 역대 최다인 218명으로 늘렸다.

SK그룹 역시 임원 승진자를 줄이는 과정에서도 기술·현장 출신 등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적극 발탁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신규 임원 75명 중에서 3분의 2는 사업, R&D, 생산 등 현장·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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