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전선 업계 1위인 LS전선과 경쟁사 대한전선 간의 기술 유출 의혹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찰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이 대한전선으로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현재 압수물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5일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대한전선과 관련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을 마친 후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7월께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관련 기술이 대한전선으로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입건 전 조사)를 벌여왔다. 이어 대한전선과 가운종합건축사무소가 LS전선 공장의 설계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도면 등을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압수수색은 지난 6월 가운건축사무소 사무실과 충남 당진시 대한전선 공장, 7월 대한전선 본사, 11월 대한전선 공장과 하도급 업체 A 사에서 이뤄졌다. 특히 A 사는 LS전선과 협력한 이력이 있는 업체로 주요 설비 제작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선 측 피의자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피의자 조사는 압수물 분석을 마친 후에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압수물 분석이 끝난 후에 피의자 조사 등을 하며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양측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결과에 따라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LS전선은 기술 유출 정황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여러 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 금액은 LS전선의 2배를 넘어섰다"며 "또 다른 협력사도 동일한 설비 제작과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은 강하게 반박했다. 대한전선 측은 "해저케이블 공장의 레이아웃은 공정 순서에 따른 배치일 뿐, 핵심 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저케이블 기술을 탈취하거나 활용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LS전선이 대한전선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과도하게 견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경쟁력 강화 및 해외 업체로부터 내수 시장 보호 등을 위해 민관이 협력해야 하고 경찰 수사에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해저케이블 선두 주자는 LS전선이다. LS전선은 지난 2008년 강원 동해시에 총 13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건설하고 이듬해부터 해저케이블을 양산했다. 당시 유럽과 일본 소수 업체가 과점하고 있었다. LS전선은 준공 후에도 시행착오를 거쳐 자체 기술을 정립했다.
대한전선은 후발 주자로 지난 6월 충남 당진 아산국가단지 고대지구에 해저케이블 1공장 1단계 건설을 완료했다. 1단계 공장은 해상풍력 내부망 해저케이블을 생산한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외부망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2단계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HVDC(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VCV(수직연속 압출가교장치) 설비를 갖춘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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