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시킨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이에 연말 장사를 준비 중이던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비상계엄의 여파가 소비심리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 중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소비가 냉각되면서 타격을 입은 적 있는 유통업계는 8년 만에 대통령 탄핵이 재현될 가능성에 모든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당했던 8년 전도 소비 성수기였던 12월이었던 터라 연말이 대목인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큰 역할을 한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번지기 시작한 지난 2016년 11월 소비심리는 최악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8로 전월 대비 6.1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였다.
이에 연말 장사를 위해 대대적인 겨울 정기세일을 열었던 백화점들도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시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정기세일을 열었던 롯데백화점은 전년 행사 대비 매출이 0.7% 줄었고 현대백화점은 1.2% 감소했다.
홈쇼핑 업계도 타격이 컸다. 뉴스 시청률이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홈쇼핑 시청률이 떨어진 탓이다. 특히 저녁 뉴스가 방영되는 20~22시가 홈쇼핑 시청률이 높은 황금 시간대와 겹쳐 매출이 줄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1월 홈쇼핑 업종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3% 감소한 1519억원에 그쳤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약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이 사태가 불러올 후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유통업계는 더 불안한 분위기다. 당장 전국 주요 도시 광장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잇따르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지 않은 것이 바로 불확실성"이라며 "업계 대목인 연말연시에 시국이 어수선한 상황이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편의점과 같이 의도치 않은 특수를 맞은 업계도 겉으로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편의점들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11~12시 사이 통조림, 봉지면, 생수, 즉석밥과 같은 생필품 매출이 전주 동요일 같은 시간 대비 많게는 300% 넘게 뛰었다.
지난 2016년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던 당시에도 서울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은 주말마다 특수였다. 매주 100만명 넘는 참가자들이 인근 편의점에서 먹을거리와 양초, 종이컵, 건전지 등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광화문에서 약 1km 떨어진 백화점들의 매출이 떨어진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였다.
다만 편의점 업계는 비상 시국에서 발생한 특수를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계엄이 선포된 날 밤 전국 편의점 매출이 반짝 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재기' 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비상계엄의 여파가 향후 소비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살핀다는 계획이다. 롯데, 신세계, CJ 등 주요 유통 대기업을 비롯해 식품, 화장품, 여행, 호텔, 면세 등과 관련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긴급 현황점검 회의를 통해 혹시 모를 후폭풍에 대비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국이 어수선해 예년과 같은 연말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연말 마케팅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