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정기 임원 인사…최태원 회장 선택은 '기술·현장·글로벌'


손현호 사장 승진 후 디스커버리 대표로
안현 사장 승진…CDO 맡아 HBM 리더십 공고화
신규 임원 75명…지난해보다 7명 줄어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기술과 현장, 글로벌 중심의 인사들을 적극 발탁해 사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는 평가다.

SK그룹은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사항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먼저 신규 최고경영자(CEO) 인사로,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에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사장으로 승진한 손현호 사장은 경영 전략 설계와 재무 전문성을 살려 SK디스커버리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예정이다.

SK하이닉스에서는 안현 N-S 커미티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개발 총괄(CDO)을 맡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마켓 리더십을 공고화하고 D램·낸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한다.

이와 함께 각 계열사는 △기술·현장 출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T) 역량 결집 △지경학 이슈 선제적 대응 등을 중심으로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이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임원 75명을 신규 선임했으며, 이 중 3분의 2는 사업, 연구개발(R&D), 생산 등 현장·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다.

SK 주요 계열사는 이미 연중 수시 인사를 통해 경영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은 지난 10월 이공계 출신 기술·현장형 CEO 3명을 선임했으며 SK스퀘어는 7월, SK에코플랜트는 5월 CEO 인사로 조직의 조기 안정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에서 기후변화, 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CTO는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DOE의 50여개 프로젝트를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SK온은 신창호 SK㈜ PM 부문장을 신설된 운영 총괄 임원으로 선임한다. 신 총괄은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 실행력을 높이고, 전략·재무·구매·기획 조직 간 협업 강화로 배터리 밸류체인 최적화에 앞장선다.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왼쪽)과 안현 SK하이닉스 N-S 커미티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SK그룹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제조 역량을 지속 강화하는 동시에, '일류 DNA'를 계열사에도 확산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SK온은 SK하이닉스 출신 이석희 CEO에 이어, 이번에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 총괄로 선임했다. 피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담당하며 해외에 의존하던 기능성 웨이퍼의 자체 개발을 주도해 소재 부품의 국산화를 이끈 인물이다. SK실트론과 SK㈜ C&C 등에도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을 전환 배치하며 '혁신 DNA'를 이식한다.

이날 SK그룹은 그룹·계열사의 AI·DT 추진 가속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실시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에 있는 AI·DT TF를 확대 운영한다.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맡고 있는 AI TF는 AI 추진단으로 확대하며, 윤풍영 SK㈜ C&C CEO가 맡고 있는 기존 DT TF와 별개로 DT 추진팀도 신설한다.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센터를 SK텔레콤 주도로 신설하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도 나선다. SK㈜는 CEO 직속으로 'AI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해 성장 사업 발굴에 나선다. SK는 지난달 'SK AI 서밋'에서 관련 생태계 확장 및 반도체·바이오 등 제반 사업을 아우르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SK그룹의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는 지경학 이슈에 빠른 대응을 위해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폴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하다 지난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했으며, 이번 인사에서 그룹 미주 GR(Government Relations)을 총괄하는 등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8개 위원회 조직 구조와 소수 정예 기조를 유지한다. 기존 육성된 인력은 계열사 현장으로 전진 배치할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술·현장·글로벌 중심 인사로 사업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하는 한편, 연중 한발 앞선 수시 인사를 통해 빠른 조직 안정과 실행 중심의 기업 문화 정착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규 임원 75명은 예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앞서 SK그룹은 2021년 164명, 2022년 145명, 지난해 82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올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고강도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 작업의 일환으로 신규 임원 규모를 축소,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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