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은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KB금융의 실적과 주가를 모두 잡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따른다. 특히 그가 올 3분기 '리딩금융'을 유지한 데에는 비은행 계열사의 고른 성장의 영향이 컸다. '순익 5조 시대'에 한발 더 다가선 가운데 취임 2년 차에 들어선 그는 본격적인 과제 색깔과 성과 내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1일 KB금융의 수장 자리에 오른 양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양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을 정리하면서 내년 경영전략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전략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윤종규'로 불렸던 양 회장은 9년간 '리딩금융'으로 성장한 KB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양 회장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KB금융의 실적과 주가를 '숫자'로 증명했다. 취임 첫 해인 올해 그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5조995억원에 달한다. 시장 전망치대로라면 KB금융은 업계 첫 '5조 클럽' 달성에 성공하게 된다.
KB금융은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과 인도네시아 KB뱅크(구 부코핀 은행) 관련 실적 부담에도 '리딩금융'을 지켜냈다. 올해 1분기 KB금융은 은행 ELS 고객 보상을 위해 6340억원을 충당부채로 전입했다. 그 중 880억원은 2분기에 환입됐다.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인 부코핀은행은 올해 3분기 1861억원의 손실을 이어갔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이 '리딩금융'을 뒷받침한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4%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같은 기간 비은행부문 비중은 37%에 불과했다. 1년 새 7%포인트 성장하며 양 회장의 취임 후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 등 핵심 비은행 계열사 4곳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20억원 급증했다. KB국민은행의 순이익 감소분(2370억원)을 만회한 셈이다. 이에 KB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3953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늘었다.
밸류업 방안 역시 호의적 평가를 받았다. KB금융은 보통주자본(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하기로 했다. 파격적인 수준의 주주 환원 발표로 KB금융의 기업가치를 한층 올렸다는 해석이다.
양 회장은 밸류업 방안을 직접 발표하면서 "양적성장을 넘어 질적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밸류업 패러다임에 맞춰 체질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수익성과 건전성, 주주환원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매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도 양 회장은 국내외 주요 주주를 직접 만나 밸류업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연례 주주간담회에 직접 나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이행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양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완성은 실행력에 달려 있다"며 "새로운 밸류업 패러다임에 맞춰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3일 종가 기준 KB금융의 주가는 10만12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4.98% 올랐다.
총주주환원율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K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85%였던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7.7%다. 매분기 주당배당금(DPS)을 늘리고 있으며 2월과 7월, 지난 10월에 총 820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등 주주환원을 확대해왔다.
취임 2년차에 들어선 양 회장은 본격적인 과제 색깔과 성과 내기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 회장 취임 이후 조직 전반의 변화가 크지 않았으나 KB금융 비은행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긴장감이 맴돌고 있는 모습이다.
양 회장은 KB국민은행장 깜짝 인사를 통해 변화의 의지를 피력했다. KB라이프생명의 경우 이미 이환주 대표가 차기 KB국민은행 행장으로 추천되면서 새로운 대표체제가 확정됐다. KB금융은 통상 11월 말 차기 은행장 인사를 먼저 낸 뒤 12월 중순경 비은행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다. 보험과 증권, 카드 등 주요 계열사로 쇄신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의 임기가 대부분 3월부터 시작되는 관례에 따라 취임 첫 해에는 본인 색깔이 뚜렷한 인사를 하기 어렵다"며 "그러한 면에서 회사 전반에 대한 장악, 임직원들과의 경영 전략 공유 및 내재화가 어느정도 진척된 2년 차를 맞는 KB금융 양종희 회장은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있는 성장, 업계로부터 지지 받고 있는 밸류업 정책 이행 등 본인 임기 내 주요 경영 전략을 주도적으로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