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82.7세,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 만 60세 정년퇴직 이후에도 해당 세대 대부분이 일을 해야만 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부도 2020년 1월 1일부터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계속고용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 계속고용이 '필수'가 되어가는 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더팩트>가 계속고용의 현재와 내일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대한민국이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현재 기대수명은 82세 이상이며, 앞으로는 100세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노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39.3%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프랑스(5.8%), 영국(14.5%), 미국(22.8%) 등 선진국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기대수명 느는데…가난한 한국의 고령자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일반화된 요즈음에는 '돈'이 있어야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명만큼 정년은 늘어나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등 국가가 지급을 책임지는 연금은 퇴직 시기에 비해 너무 늦고, 뒤늦게 지급되는 금액도 온전한 생활을 유지하기엔 부족하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계속고용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10월 성인남녀 4056명을 대상으로 '정년 후 근로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3%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정년을 목전에 둔 50대 이상은 대부분인 95.8%가 정년 이후 근로를 원했다.
이들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려는 이유에 대해 '연금, 저축만으로는 생계가 곤란할 것 같아서'(복수응답, 58.6%)를 1위로 꼽았다. 이어 추가 여유자금 마련을 위해서'(30.6%), '적당한 소일거리로 삼기 위해서'(29.3%), '부양을 계속해야 해서'(20.2%) 등을 언급했다.
기업들도 계속고용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사람인이 지난 10월 4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결과 79.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숙련 근로자의 노하우 활용이 가능해서'(복수응답, 57.9%), '고령자들의 생활 안정성이 커져서'(39.7%), '생산 인구 감소에 대비할 수 있어서'(34.2%) 등을 꼽았다.
정년 이후에도 대부분의 고령자가 일을 지속해야만 하는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졌고, 고령 근로자 및 기업도 계속고용을 원하고 있지만 계속고용제도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 노사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2013년 만 60세 이상 정년 법제화가 이뤄진 이후 초고령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에 발맞춰 정년을 연장하려는 논의가 산발적으로 이뤄졌지만, 아직도 논의만 하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정년에 도달한 고령 근로자의 정년 이후 고용기간 연장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부터 1년 이상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을 폐지한 회사, 또는 재고용을 한 회사에 정년 이후 계속고용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씩 최대 3년간 지원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수혜를 받는 대상자는 지난해 기준 7800여명뿐이다. 국내 총사업장 중 재고용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7.6%에 불과하다.
경영계는 고령자의 고임금에 대한 부담, 인사적체, 청년고용 영향 등 부작용을 우려해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체계는 건드리지 않고,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방법론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지난 6월 닻을 올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이하 위원회)가 한국형 계속고용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사노위, 내년 상반기까지 노사정 합의안 도출
경사노위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고용에 대한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해 낸다는 계획이다. 만약 경영계와 노동계가 끝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위원회에 참여 중인 공익위원(대학교수+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들이 제시하는 중재안을 기반으로 정부가 계속고용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론되는 계속고용 방안은 △연금수급 연령과 맞춘 정년 연장 △정년 후 촉탁직 재고용 △정년 연장과 재고용 중 의무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 등 크게 세 가지다. 이 방안들은 지난달 26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과 고용노동부가 함께 개최한 '합리적 계속고용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과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가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제도를 바꿀 권한을 가진 국회는 '단계적 정년 연장'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개최한 '정년 연장 쟁점과 과제' 정책 토론회에서 "(노년에도) 일하고 싶으면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연장 등 제도 개혁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격차해소특위 위원장도 "내년 말쯤이면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 것 같다"며 "우리가 논의하는 정년 연장은 시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단계별 정년 연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거대 여야가 모두 정년 연장이라는 방향성에 공감하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한 법안 개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갈리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선 아직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임금체계를 어떻게 하는지가 한국형 계속고용제도를 만드는데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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