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한 심사를 최종 승인하면서 4년간 끌어온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앞으로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DOJ) 심사를 끝마친 후 다음달 20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신주인수를 거쳐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업계에서는 신주 발행 절차가 6주 가량 걸리는만큼, 타임 테이블이 매우 빠듯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DOJ 소송 없을 시 14개국 필수 신고국 승인…촉박한 시간 '변수'
29일 항공업게에 따르면 전날인 28일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돼 심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EC는 지난 2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유럽 4개 중복 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로마)에 신규 진입 항공사 안정적 운항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매수자 승인 절차 마무리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대한항공은 여객 부문 신규 진입 항공사로 티웨이항공을 선정해 유럽 4개 노선 취항·지속 운항을 위해 항공기와 운항승무원, 정비 등을 지원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을 에어인천에 매각했다.
이번 EC 승인에 따라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 당국(DOJ)에 EU 경쟁 당국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하고, 다음 달 중 최종 거래종결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DOJ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공표하지 않고,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는 독과점 소송을 제기해 의사를 표명한다. 합병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는다면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DOJ의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등 5개 노선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대체 항공사로 국내 LCC인 에어프레미아를 선정하고 운항을 지원했다.
앞으로 대한항공은 미국 심사 절차를 마무리지은 뒤 오는 12월 20일 이전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주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의 편입을 마칠 계획이다.
총 1조5000억원의 인수 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 8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를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신주인수 절차가 매우 촉박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주인수는 신주 발행 결의 및 공시 -> 신주배정 기준일 확정 -> 신주 청약 -> 청약급 납입 -> 신주 배정 -> 신주 발행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4~6주 정도 소요된다. 마감기한인 12월 20일까지는 약 3주 가량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다만, 대한항공은 신주 발행결의와 공시, 기준일까지 확정한 상태다. 이 때문에 바로 청약 절차에 돌입해 기한을 1~2주 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주인수가 대략적으로 6주 가량 소요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이미 세부 일정이 모두 나와있는데다가 국가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며 "청약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향후 마일리지 통합·LCC 합병이 '숙제'…"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는 마일리지 통합 문제와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합병의 과제가 남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한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는 2조5278억원, 아시아나항공은 9758억원으로 두 마일리지를 합하면 무려 3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하고 승인을 얻어 시행해야 한다. 이때 마일리지 제도는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되는 시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완전히 흡수되는 2년 뒤부터다. 그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독립회사로 운영되는 만큼 현재와 같이 양사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마일리지 전환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와 1대1 통합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최대 1.5배 더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한항공 LCC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 LCC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과의 합병도 추진돼야 한다.
근거리를 오가는 세 항공사의 노선이 다수 겹치는 만큼, 포트폴리오 재설계하고 일부 노선을 제외하는 등의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곳이 통합되면 국내 LCC 1위로 단숨에 등극하게 된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제선 기준 3사가 운송한 여객 수는 1058만명으로 1위인 제주항공(714만명)과 2위 티웨이항공(544만명)보다 높다. 심지어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976만명) 여객 수도 뛰어넘는 숫자다.
이외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자회사 운영 기간동안 항공 안전 관련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과 제도 통합, 두 항공사의 글로벌 노선 조정 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항공사의 통합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에 대해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무의 특성상 항공기 운항과 밀접히 연관된 인력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업무의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또한 사업량에 따라 필요한 인력도 자연스럽게 연동되고, 향후 통합항공사의 사업량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필요한 인력도 늘기 때문에 인력 통합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일리지 제도와 관련해서는 "양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기간 동안 각 사의 사업전략에 따라 독립적으로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며 통합 항공사 출범 시기에는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통합할 계획"이라며 "특히 고객들에게 있어 양사 마일리지 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비율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감안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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