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10만달러 돌파를 코앞에 두고 하락세를 보이며 9만달러 선 붕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가상자산 낙관론'에 힘입어 연일 신고가 기록을 써냈으나 최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조정장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있으나 상승 잠재력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29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6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60% 내린 9만5796.8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날 9만7000달러를 돌파하며 10만달러 돌파를 시도했으나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9만5000달러대에서 등락 중이다. 비트코인은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상승세를 보였으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지난 22일 역대 최고가인 9만9800달러를 기록하며 10만 달러 돌파 기대감을 부추겼다. 그러나 지난 26일 9만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27일 다시 9만7000달러선으로 올라서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시작된 암호화폐 랠리가 2주 넘게 이어진 가운데 투자자들이 수익을 실현하면서 가격 조정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상승장 도래에 따른 장기 투자자의 차익 실현 매물과 채굴자들의 매도세가 겹치면서 하방 압력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장기 보유자들이 매도한 비트코인은 약 72만8000개로 이는 현 시세로 약 93조64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에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인지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트코인이 단기적인 하락세를 보인 이후 10만달러 돌파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전고점을 재차 경신할지도 관심이다.
퀀텀이코노믹스의 CEO 마티 그리스펀은 "10만 달러는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이라며 "이 수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상승 동력을 얻기 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수탁사 비트고의 브렛 리브스도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하면 일반적으로 추가 상승 전에 안정화 과정을 거친다"며 "ETF와 거래소를 통한 개인 투자자 유입이 늘고 있어 긍정적인 규제나 거시경제뉴스가 나오면 빠른 반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조정 요인인 매도 압력이 계속될 경우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근 매도 물량으로 발생한 공급 과잉을 흡수하기 위해선 재축적 기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약세가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리 예견한 것으로 유명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전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매우 변동성이 크다"며 "높은 변동성보다 자산 보존을 원한다면 이러한 유형의 자산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글래스노드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공급 과잉으로 10만달러 돌파가 무산되면서 조정을 받고 있다. 8만8000달러(1억2287만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 과잉을 완전히 흡수하려면 강력한 수요를 동반한 재축적 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반 스트라튼 크립토슬레이트 소속 애널리스트 역시 코인데스크 기고문을 통해 "지난 21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의 이익 실현 거래는 105억달러(14조6632억원)에 달해 일일 기준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다"며 "앞으로 장기 보유자 수는 1.19%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들의 비트코인 보유량 중 16만3031개(21조원 규모)가 추가 매도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