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항공유 상용화 지연 조짐…생산설비 구축 기회 되나


트럼프 석유, 석탄 관련 인사 에너지 정책 담당자 배치
한국 정부 정유사 지원 SAF 생산능력 확대 기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상용화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P.뉴시스

[더팩트|오승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에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상용화가 지연될 조짐이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선 집권 시절에도 "기후위기는 사기"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며 전통 화석연료의 회귀를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기존 석유 항공유를 대체할 수 있는 SAF 의무화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SAF 의무화를 실행하지 않더라도 높은 수준의 SAF 기술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석유 재벌'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최고경영자(CEO)를 차기 미국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리버티에너지는 셰일 가스 추출 공법인 '프래킹(fraking, 수압 파쇄법)' 기술 전문 기업으로 2011년 설립됐다. 라이트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에서 기계공학 학사, 전기공학 석사를 취득했고 UC버클리에서도 전기공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리버티에너지 창립 전인 지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피너클 테크놀로지스라는 프래킹 기업을 이끌며 1990년대 후반 상업용 셰일 가스 생산을 주도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2기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국가에너지회의(National Energy Council)를 최근 신설한 뒤 내무부 장관 지명자인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의장으로 지목했다. 버검 주지사가 일하고 있는 노스다코타주는 최근 셰일을 활용한 새로운 시추 기술의 개발로 석유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한 곳이다. 버검은 조 바이든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퇴행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트럼프 1기에서 내무무 장관을 지낸 데이비드 번하트와 환경보호청장을 지낸 앤드루 휠러가 맡고 있다. 이들은 각각 석유, 석탄 산업 로비스트 출신이다. 석유 재벌과 석유, 석탄 산업 로비스트 출신 등으로 구성된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 담당 부서가 SAF 사용 확대가 아닌 미국 내 석유 추출량 증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가 신규 투자한 전용 탱크 및 배관을 통해 이송한 바이오 원료로, 코프로세싱 방식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연속 생산이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1080만톤의 항공유를 수출하고 점유율 29%를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트럼프 집권에 따른 기존 항공유의 수요 증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한다. 하지만, 국내 정유업계의 SAF 생산능력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비해 뒤쳐진 상태다. 미국, EU,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SAF 상용화에 나서며 정부 차원에서 여러 지원책을 제시해 왔다.

폐식용유와 동식물성 기름, 사탕수수 등을 이용해 생산하는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80% 절감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SAF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기업에 5년간 1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SAF 생산시설 구축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의하면 전 세계 SAF 생산 시설 359개 중 30%가량인 107개가 미국에 위치하고 있다.

EU는 오는 2025년부터 SAF 혼합 의무화를 시행하며, 비율을 꾸준히 늘려 2050년에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EU는 유럽 지역 내에서 착발하는 모든 항공기에 공급되는 항공유의 2%를 내년부터 SAF로 교체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세액공제 혜택 등의 제공과 보조금 지원 등의 여러 지원책을 검토하며 SAF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2기의 석유 산업 지원 정책 강화 전망과는 별개로 글로벌 항공유 시장에서 SAF 사용 확대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국내 SAF 전용 생산시설은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운영하는 두 곳에 불과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생산설비에서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해당 방식을 통해 생산한 SAF를 일본 ANA항공(전일본공수)에 수출해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이후 GS칼텍스가 지난 9월 일본 나리타 공항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정유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했다.

정부는 지난 9월 국내 정유·항공업계, 석유관리원, 교통안전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20여개 기관과 'SAF 혼합의무제도 설계 TF'를 발족하고 중장기 로드맵 마련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SAF 1% 혼합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전용 생산라인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국내 정유사들이 코프로세싱 방식을 통해 SAF 생산 및 수출에 성공하고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 SAF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나선 기업들은 각 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 된 만큼, 우리나라의 SAF 시장 진입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 등에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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