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지속되는 산업재해로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포스코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 이후에도 연이은 화재 발생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장 회장이 직접 안전 강화 행보를 공식화하고, 설비 강건화 태스크포스팀(TFT) 발족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으로 철강 부문에 대한 그룹 차원에서의 안전을 비롯한 설비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장인화 회장은 화재가 발생했던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 현장을 방문해 안전상태를 살피고, 전 그룹사 임원과 직책자들에게 안전 현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할 것을 당부했다.
앞서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에서는 지난 10일과 24일 연이어 화재가 발생했다. 첫 번째 화재에 대한 원인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포스코의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장 회장은 사내외 최고 수준 안전과 설비·정비 전문가로 구성된 '설비강건화TFT'를 발족할 것을 지시했다. 설비강건화TFT는 국내외 모든 제철소 사업장에 현장점검과 계획 수립·실행하는 등 후속 조치할 예정이다.
장 회장은 또 임원과 직책자에 조업 현장을 포함한 모든 경영활동에서 안전이 최우선으로 확보되도록 작업 환경 개선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내고, 포스코홀딩스 임원에 대해 격주 4일제 근무를 주 5일제로 즉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장 회장은 "화재 사고뿐만 아니라 중대재해로 이어진 안전사고도 사업회사에서 다수 발생했다. 이러한 흐름을 끊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조속히 돌아가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포스코그룹 사업장에 출입하는 모든 인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업무를 마치고 떠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등 그룹 자원을 최우선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장 회장의 안전 강화는 포스코의 연이은 산업재해 발생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동영 의원실이 제공한 '포스코그룹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 산업재해는 2020년 29건, 2021년 45건, 2022년 46건, 지난해 57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장 회장이 취임한 올해에도 6월까지 총 27건의 산재 사고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연이은 사고가 그룹 차원에서 철강 부문에 대한 관심이 하락한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총 10조8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철강 부문에는 전체 투자액의 41%인 약 4조500억원을,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는 전체의 43%인 4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의 시작이었던 철강보다 이차전지 부문의 투자금이 더 많다.
포스코 노조 쟁의대책위원회는 다음 달 2일 파업 출정식을 예고하면서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가 설립된 후, 철강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철강 산업의 미래를 위한 설비 투자나 인적자원 강화가 아닌 비철강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그 결과 파이넥스 폭발과 화재 같은 안전 문제와 대규모 이직이라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다른 제철소들보다 오래돼 노후화된 것은 맞지만, 10~20년 주기의 교체시기에 맞게 투자가 지속돼 왔을 것"이라며 "철강 부문이 포스코그룹의 캐시카우임은 분명하고, 회장이 직접 나서서 안전 강화를 지시한 만큼 철강 부문에 투자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한 해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는 불을 다루는 산업이다 보니 노후화가 상대적으로 빨리 나타나기에 설비 보수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면서 "이번 장인화 회장의 지시는 안전 부문에 더 신경 쓰고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파업과 관련해서는 "노조가 파업을 하기 전까지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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