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철강 사업은 국가 산업과 그룹 성장의 든든한 기반으로서, 초격차 경쟁우위를 회복하겠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혁신 제품을 경쟁력 있게 개발하고 설비 효율화와 공정 최적화를 과감하게 추진하며, 수요 산업과의 공존 생태계를 다져가겠습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취임하면서 내세운 '7대 혁신과제' 중 철강 사업 부문에 대한 목표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장 회장의 목표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철강 업황 불황과 더불어 중국발 글로벌 철강재 공급과잉으로 인한 철강 부문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창사 이래 최초 파업 위기에까지 몰렸다. 여기에 포항제철소 내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쟁력 강화는커녕 시설 관리와 같은 기초적인 분야에서도 낙제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포스코에 따르면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전날인 24일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지난 10일 불이 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포스코 측은 "24일 밤 11시경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57분 만인 12시경에 화재가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면서 "화재는 용융로 외부철피 손상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상세 원인은 관계 기관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새벽의 화재에서는 3파이넥스공장의 용융로 하부에 있는 산소 주입용 풍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파이넥스공장은 연간 200만톤 규모의 쇳물을 생산하는 시설로 지난 2014년 준공됐다. 비(非)용광로 쇳물 제조법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준공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현재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전체 쇳물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는 잇단 화재와 더불어 노조 파업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는 상태다. 포스코 대표교섭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쟁의권을 확보하고 오늘(25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만일 쟁의행위 투표가 가결되면 포스코 노조는 창사 이래 최초로 총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포스코 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후 18일 1차, 21일 2차 조정 회의를 진행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조정이 중단됐다.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 △복지사업기금 200억원 조성 △자사주 25주 지급 △격려금 300% 지급 △학자금 지원 상향 등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복리후생 포인트 21만원 신설 등을 제시하며, 철강 업황 둔화로 회사가 어렵기 때문에 노조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올해 3분기 매출 9조4790억원, 영업이익 438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와 39.8% 하락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2%, 영업이익은 4.8%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수익성은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는 실정이다.
철강 업황 악화는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1~8월) 중국은 해외로 7086만톤의 철강제품을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6%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중국의 수출 물량이 1억톤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철강 수출이 1억톤을 넘어서는 건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 753만5000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 2022년 대비로는 37.3%나 증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노조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당분간 실적 반등은 노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철강 부문에서의 친환경 신기술 개발과 적용, 스마트 고로 구축 등 설비 고도화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시름을 더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지난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미국의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2015~2017년 연평균 철강 수출량의 70%가량을 수출최대물량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관세 부과를 면제받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조 파업과 같은 여러 악재가 겹치면 반등을 위한 힘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우선 노조와의 협상을 최대한 이끌어내 회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해결한 뒤 차근차근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합법 쟁의활동을 저지할 순 없지만, 연말까지 회사 차원에서 끝까지 노조에 대한 설득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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