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그간 기업금융 명가를 내세워 호실적을 이어왔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에 발목을 잡혔다. 특히 검찰이 조 행장을 피의자로 적시하는 등 현 경영진을 정조준하면서 교체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평가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다음 주쯤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이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서 정례 이사회를 열고 조 행장 연임이 불가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사외이사 7명 전원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 구성원으로 우리은행장 후보를 심사하고 선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조 행장은 전임인 이원덕 전 행장 사임 이후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 5개월간 우리금융을 이끌었다. 임기는 올해 12월 말까지다. 길지 않은 재임 기간에도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끌어냈다.
이사진 역시 조 행장의 리더십을 인정하면서도 부당대출 사건에 따른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개인사업자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70억∼80억원 규모의 추가 부당대출 정황도 드러났다.
조 행장은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12조에 따르면 금융기관 임직원이 불법행위를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고지해야 한다. 우리은행 여신 감리 부서는 지난해 9~10월 부당 대출을 인지하고 경영진에 보고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올해 1월에서야 자체 감사에 돌입, 금감원 요청을 받자 그제야 감사 결과를 제출했다.
이에 지난 18일 검찰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은행장 사무실, 관련 부서 등을 압수수색하고 내부 문서와 결제 자료,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아울러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조 행장을 피의자로 명시했다.
조 행장 임기는 다음 달 31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다음 주까지는 차기 은행장 후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우리은행 경영 승계 프로그램에 따르면 은행장 임기 한 달 전까지 행장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우리금융 계열사 대표들과 일부 지주 임원, 우리은행 부행장급 부문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 행장 선임 당시 우리금융은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모두 외부 공개하는 등 공개 오디션 방식을 택했으나 올해는 별도 발표 없이 최종 후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