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김동관 '원팀' 교감, 해외 함정 수주 경쟁력 배가…"KDDX는 우리가"


한화오션, HD현대중 고발 철회…"해양 방산 수출 확대 상호 보완·협력 디딤돌"
양측 "KDDX 상세설계 양보할 수 없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의 HD현대중공업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한화오션 중 방산 왕좌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 사건 관련 고발장을 제출 8개월 만에 철회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는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HD현대중공업 임원을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철회한다는 고발 취소장을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고발장을 제출한 지 8개월 만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은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세계가 대한민국 조선업을 주목하는 가운데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고발 취소로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게 현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HD현대그룹은 "HD현대중공업이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라며 "늦었지만 한화오션이 고발을 취소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화답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방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양측 사이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HD현대는 공식적으로는 시큰둥한 분위기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주는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도 상세설계 수주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다만 평가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주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KDDX 모형.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따라 실사단 평가와 현장실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방위사업청 등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결과를 수용하고 상호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HD현대도 KDDX 상세설계 수주 의지를 강조했다.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HD현대는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 사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화오션이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만큼 경찰은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의사에 반해 형사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한 범죄다.

HD현대중공업 직원이 한화오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반의사불벌죄임을 고려하면 철회 시 곧바로 종결될 전망이다. 경찰은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준 의혹으로 왕정홍 전 방사청장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왕 전 청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 단계에서 반려된 바 있다. 경찰은 조만간 왕 전 청장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왕 전 청장 사건과 한화오션 고발 사건을 이르면 다음 달 종결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 성공 이후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이 예고된 상황에서 양사 협력 필요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서 앞서기는 하지만 향후 여러 우방국에서 HD현대중공업과의 경쟁·협력이 필요해서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주 결과가 나와야 양측 갈등 해소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산업부는 조만간 KDDX 방산업체를 단수 또는 복수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단수로 지정하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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