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연말에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연말 결산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실적 기조가 반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급등 중인 손해율과 금융당국이 제시한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가정 적용 역시 부담이다.
시선은 자연스레 주가로 쏠린다. 보험사들은 올해 3분기 누적 3조5000억원(3대 생명보험사 기준)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역대급 실적 잔치를 예고했으나, 연말 실적 분위기가 반전되면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삼성생명은 3분기까지 2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보험사 호실적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업황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 클수록 주가에도 반영될 체감이 높다.
'보험 대장주' 삼성생명은 비교적 흔들림 없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8일 11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후 10만~11만원대에서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2일 장에서도 1.82% 오른 10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만 해도 6만원에 거래됐던 종목이 연내 급등한 후 코스피가 약세를 보인 10월 이후에도 하방 압력을 버틴 모양새다.
삼성생명이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라는 것도 최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생명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날인 18일은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한 다음 거래일이다. 삼성생명은 21일 기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면 주주들의 지분율이 올라 삼성생명의 기업가치도 상승될 전망이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마무리되면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벌률상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삼성전자와 관련한 모멘텀은 빠르게 소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율이 10%를 초과하면 당국 허가를 받거나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주가 방어를 위해서는 향후 본업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업 흐름도 나쁘진 않다. 삼성생명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원을 내면서 보험 대장주 입지를 공고히 했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가 전분기 대비 200% 이하로 떨어지면서 과제를 남겼다. 당국이 추진하는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지급여력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5%정도로 관측된다.
또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미온적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역시 향후 주가 방어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22일 기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지 않은 금융사 중 하나로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명단에도 당연히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명단에서 제외된 KB금융이나 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주가 최근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면서 향후 리밸런싱으로 지수에 신규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으지만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내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밸류업 공시를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 내부에서도 밸류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주경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지난 15일 기업설명회(IR)에서 "밸류업 공시를 위해서는 회사의 중장기적인 전략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며 "올해 경영실적 등을 토대로 내년 경영 계획과 향후 회사가 실행 가능한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있고 이를 충실히 반영하는 대로 공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손실 계약 환입을 통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전자 지분가치 감소를 제외해도 기타포괄손익누계액(AOCI)가 전년 동기 대비 1조7000억원 감소해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중장기 주주환원책 발표는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연말 달라지는 보험제도나 회계기준에 따른 실적 방어를 최소화하고 밸류업 공시 등을 통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을 더한다면 주가는 오히려 오를 여지가 남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 누적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이 2조5000억원에 달해 연간 가이던스인 3조200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신계약 CSM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담보 경쟁력 제고와 시니어 및 간편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CSM 확대가 기대된다.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제고 방향 목표 달성 기대에 따른 주가 상승도 여전히 기대된다"며 "11월 15일 주가 기준 예상 배당수익률은 5.4% 수준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