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국내외 금융전문가 10명 중 6명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그에 따른 상환부담 증가를 꼽았다.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와 내수회복 지연으로 인한 국내 경기 부진도 악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4년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금융·경제 전문가 78명 중 61.5%가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과 상환부담 증가'를 최대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5개 대내 리스크 요인을 꼽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단순 집계한 것이다.
‘미 대선 이후 정책 변화’라는 응답이 56.4%로 뒤를 이었다. 이어 '내수회복 지연 등으로 인한 국내 경기부진'(51.3%),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39.7%), '미국의 공급망 재편전략 등 주요국 자국우선주의 산업정책 강화'(39.7%) 등 순이었다.
이 중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와 국내 경기부진, 자영업자 부실 확대는 1년 이내 단기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가계부채와 인구구조 변화, 자국우선주의 정책 관련 리스크는 1~3년 중기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인구구조 변화, 미 대선 이후 정책 변화, 주요국 자국우선주의 산업정책 강화는 발생 가능성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모두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경기부진과 자영업자 부실 확대는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나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가계부채는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발생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리스크는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1년 이내)에 시스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지난해 하반기 20.8%에서 15.4%로 하락했다. 중기(1~3년)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44.2%에서 34.6%로 감소했다.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는 개선됐다. 향후 3년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전망한 비중은 40.3%에서 50.0%로 크게 상승했다. '매우 낮음' 또는 '낮음'이라는 부정적 응답은 3.9%에서 5.1%로 소폭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 안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 방안으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부동산 PF 및 한계기업 구조조정 △거시건전성 관리 강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감독당국과 정부, 금융회사 간의 원활한 소통과 금융정책의 일관성 유지 및 유연한 대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국내 금융기관의 경영전략·리스크 담당자, 주식·채권·외환·파생상품 운용 및 리서치 담당자, 금융·경제 관련 협회 및 연구소 직원, 대학 교수 등 72명과 해외 금융기관 한국투자 담당자 등 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