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건설사를 보유한 그룹사들이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들이 높은 공사비, 고금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그룹 경쟁력을 높이려면 유동성 지원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수화학은 지난 8일 자회사인 이수건설 주식 1억4000주를 700억원에 취득했다. 이수건설 재무 건전성 제고 및 사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다.
이수화학은 2018년, 2021년에도 각각 600억원, 700억원을 투입해 이수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1976년 설립된 이수건설은 '브라운스톤' 브랜드를 통해 주택사업 부문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유동성 위기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수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이수화학은 2009년 이수건설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2018년에는 이수건설 출자금 600억원 마련을 위해 서울 반포 사옥까지 매각했다. 각종 빚보증은 덤이다.
올해까지 3000억원 넘게 지원했음에도 이수건설 재무 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233억원의 손실을 냈고 부채비율은 2209.3%에 달한다.
계속된 이수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이수화학도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이수화학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낮췄다.
최정현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이수건설 등 계열사 지급보증 부담이 지속될 전망으로 계열에 대한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역시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이 지원군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이때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직접 대여해 줬고 유상증자를 통해 876억원을 출자하며 6000억원가량 지원했다.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도 롯데건설에 3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려줬다.
계열사 지원과 펀드를 통해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이 204.9%로 지난해 235.4% 보다 축소됐다. 롯데건설은 부채비율이 연말까지 100%대로 개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올해 들어 롯데케미칼 지급보증 없이 회사채 발행해 나서며 '홀로서기' 나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건설 계열사 코오롱글로벌 지원에 나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다음달 24일 코오롱글로벌의 서초 스포렉스 토지 및 건물을 4301억원에 매입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당사 사옥 등 다양한 활용을 위해 취득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코오롱글로벌에 자금 지원 성격이 강하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3분기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551.4%로 지난해 말 364.3%에서 크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지주회사인 모기업이나 다른 계열사의 자금 상황도 연쇄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건설업황이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그룹사들의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건설공사비는 2021년 이후 상승하고 있고 미분양 적체에 따른 공사미수금 등 매출채권이 누적되면서 운전자금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며 "과거 대비 낮은 영업이익 창출력과 미분양으로 당분간 부진한 현금창출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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