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경신한 가운데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업계 2위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올해엔 분기 실적 연속 DB손보가 메리츠화재를 따돌렸으나 연간 실적에선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은 하반기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개편안이 도입되면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실적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조69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는 연간 순이익 '2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다. 3분기까지의 당기순이익은 1조83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464억원, 7400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특히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업계 2위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5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성장했다. 이에 지난해 메리츠화재에 내줬던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메리츠화재는 같은 기간 15.2% 늘어난 1조492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3분기 실적으론 메리츠화재가 495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DB손보(3613억원)를 추월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올해 3분기 누적 신계약 CSM(계약서비스마진)은 각각 2조1814억원, 1조600억원으로 나타났다. 9월 말 CSM 잔액은 각각 13조1750억원, 10조6417억원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안정적인 신계약 성장세와 전분기 대비 상승한 CSM 배수, 의료파업 지속에 따른 장기위험손해율 개선세 등으로 CSM상각과 보험금 예실차에서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2022년 1분기 이후 11개 분기 연속으로 당기순이익 2000억원(IFRS17 전환 기준) 이상을 기록하는 동시에 업계 최고 수준의 K-ICS비율도 유지하고 있다"며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모두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대비 양사의 격차가 줄어든 가운데 업계에선 남은 4분기 실적에 따라 2위 자리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익은 DB손보가 5834억원, 메리츠화재가 4909억원으로 나타났다. 2분기 누적 순익은 DB손보 1조1241억원, 메리츠화재 9977억원이다.
다만, 남은 하반기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개편안이 도입되면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실적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지난 4일 금융당국은 제4차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에서 실적 충격이 덜한 예외모형을 허용하며 보험업계는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이후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원칙모형을 따르도록 압박하면서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큰 보험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DB손보는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보험사 중 한 곳으로 미래 해지율 또한 높게 가정한 편에 속한다. 반면 메리츠화재의 경우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해왔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장성보험 무·저해지보험 판매 비중은 초회보험료 기준 DB손해보험이 39%, 메리츠화재는 34%로 각각 나타났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로그선형을 적용한 원칙 모형 기준 해지율 가정 조정, 전담보 도달연령 기준 손해율 가정에 따른 연말 BEL, CSM 변화는 거의 없다"며 "당사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그동안 무해지보험 해지율과 같이 산업 통계가 부재함에도 높은 해지율로 가격은 낮게, 수익성은 높게 과대계상하던 관행, 치솟고 있는 일부 담보 고연령 손해율에 대해 전연령 평균 손해율을 적용해 과대 평가하던 관행 등은 이번 개혁안을 계기로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4분기 실적 관련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단순 외형 성장보다는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데 집중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일각에선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에서 원칙모형을 적용할 경우 연간 실적은 메리츠화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회사별로 영향도에 차이가 있어 결산실적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남은 실적의 변수는 맞지만 회사마다 영향이 다를 수 있어서 아직은 어디가 영향있고 없고는 알 수 없으며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