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최전선 등장 김승연 회장…'트럼프 2기' 세계 공략 본격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으로 취임…트럼프 캠프와 인연 깊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을 맡으며 방산 부문을 직접 챙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 자문 재단과 깊은 인연을 바탕으로 선진국 방산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4일 김승연 회장을 자사의 회장으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김 회장은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비전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직도 겸임하게 됐다.

김 회장은 선임을 공시한 당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은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경영 행보'로 첫 단추를 채웠다. 이날 현장에는 김동관 부회장 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 양기원 한화 글로벌 회부문 대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보은사업장은 한화그룹 방산 사업의 모태로, 1990년대부터 탄약을 생산했다. 현재는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의 탄도탄 요격미사일과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천검 유도탄 등 최첨단 무기체계를 생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한화오션과 더불어 그룹의 핵심 방산 계열사로 손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3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6312억원, 영업이익 477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2%, 457% 증가했다. 특히 방산 부문에서는 매출 1조6560억원, 영업이익 4399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715% 늘었다.

김 회장이 방산 부문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트럼프 인맥'과의 인연을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트럼프 캠프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은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 회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과 퓰너 회장은 1980년대 초반부터 한미 간 현안과 더불어 국제 경제 전반에 대해 서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퓰너 회장과의 인연으로 국내 재계 회장 중 유일하게 취임식에 초청되기도 했다. 당시 김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자, 퓰너 회장이 방한해 김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제48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김 회장과 퓰너 회장의 인연이 방산 부문에서의 실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는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계는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보수·정비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윤 대통령과 이야기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두 번째 MRO 사업으로 수주한 유콘(USNS YUKON)함. /한화오션

방산업계에서는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국으로의 무기체계 수출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이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우수한 제품임을 인증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시장 점유율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 역시 한화에어로 사업장 방문 당시 "한화 글로벌 부문은 그룹의 모태인 화약 사업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호주, 북 남미, 유럽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 및 무인화 기술 핵심이 되는 미래 방위사업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미래 전장 환경에 맞춘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 무기체계 수출 이후 관련 정비 인력과 부속품 등 후속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면서 추가 수입이 나타나는 '락인(Lock-In)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 번 정해진 무기 체계는 10~20년 장기간 운용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최근 미 7함대가 발주한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 2건을 수주했다. 지난 13일에는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지난 8월은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의 MRO 사업을 시작했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체계는 한 번 사용하면 야전 배치와 운영 유지까지 수십년 이상 사용하게 된다"면서 "북미와 호주, 유럽 등의 지역에 방산 수출 거점을 확보하고, 후속 지원을 제공하면 장기적인 캐시카우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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