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인=이성락 기자]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7주기 추도식이 19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범삼성가는 고인을 추모하며 이병철 창업회장이 생전 강조했던 사업보국 정신을 되새겼다.
이날 추도식은 예년과 같이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호암의 손자인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는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선영에 도착했다.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도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회장이 호암 추도식에 참석한 건 2년 만이다. 기일이 주말이었던 지난해의 경우 추도식이 평일(11월 17일 금요일)로 앞당겨졌고, 이재용 회장은 재판으로 인해 방문 일정을 조정, 별도로 참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이재용 회장은 재판과 주요 해외 출장 등을 제외하면 매년 호암 추도식에 참석해 왔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경영 유산인 사업보국 정신을 되새기는 차원이다. 사업보국은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 사회에 공헌한다는 뜻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0년 33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사장단을 향해 "기업은 국민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 사회에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던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 창업 이념을 계승 발전시키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이재용 회장은 사업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별도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다만 재계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둘러싼 위기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이 이번 추도식을 계기로 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재차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발걸음을 본격화했다. 전날 기흥캠퍼스에서 NRD-K(New Research & Development-K) 설비 반입식을 열며 힘찬 재도약을 다짐했다. NRD-K는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 중인 10만9000㎡ 규모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다. 기흥캠퍼스는 지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삼성전자가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 이후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삼성 반도체의 태동지로, 사업보국 정신이 깃든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념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50년의 역사가 시작된 기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 새로운 100년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삼성 일가는 약 1시간 머물다 오전 11시 40분쯤 자리를 떠났다. 삼성 사장단은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9시쯤 도착해 고인을 추모했다.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도 동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현 회장은 이날 밤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신세계와 한솔 등 다른 범삼성 계열 그룹들은 이날 오후 선영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철 창업회장 추도식은 범삼성가 공동 행사로 20년간 이어지다 삼성과 CJ의 상속 분쟁 이후 따로 치르고 있다. 오너 일가는 지난 2012년부터 같은 날 시간대를 달리해 선영을 찾고 있다.
한편, 1910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이병철 창업회장은 1938년 대구에서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과일, 건어물 등을 중국과 만주에 수출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1948년 삼성물산공사를 설립, 자본과 기술이 거의 없던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무역업을 확대했다. 이후 이병철 창업회장은 제일제당(1953년), 제일모직(1954년), 삼성전자(1969년), 삼성중공업(1974년) 등을 창업해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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