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이르면 다음 달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영풍·MBK 연합은 지배구조 개선을, 최 회장 측은 소수주주 의견 반영을 언급하며 일반주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9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오는 27일 오후 2시 20분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청한 임시 주총 소집 허가 1차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법원은 이날 심문을 벌인 뒤 이른 시일 내에 허가할 전망이다.
법원이 허가하면 임시 주총은 이르면 내달 말,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 등으로 확보한 지분율 우위를 바탕으로 최 회장 측이 장악하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 사태 이후 최 회장 측도 임시 주총에서 마지막 전투를 벌이겠다는 각오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장기 성장·발전을 믿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합리적 선택을 해 오신 주주와 주총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영풍·MBK 연합이 내세우는 명분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9월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벌이며 줄곧 기업경영지배구조 정상화를 외쳤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사유화해 배임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영풍·MBK 연합은 구체적으로 '집행임원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집행임원제는 이사회가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별도로 업무 집행을 전담하는 임원을 두는 제도다. 집행임원제는 2011년 상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시행됐다.
집행임원제는 이사회 감독 기능 강화와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등 장점이 있다. 현재는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서 집행임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 효율성 저하와 불필요한 규제 증가, 주주권 약화 등 단점이 있다.
영풍·MBK 연합은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등 12명을 사외이사로,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2명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과반(전체 27명 중 14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영풍·MBK 연합이 경영권 분쟁 이후 감독 기능만 수행할지가 관심 대상이다.
최 회장 측이 주주들의 마음을 얻고자 꺼낸 카드는 △독립적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수행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MoM)가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내에서 안건 채택이나 발언권 부여, 종결 시점 결정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기관은 이사회 독립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 여부를 따진다.
최 회장은 ESG 경영이라는 명분을 확보하고 주주들의 마음도 얻겠다는 계산으로 독립적인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넘기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독립성을 충분히 확보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는 대주주와 일반주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일반주주에 좀 더 힘을 싣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를 통해 이해 상충 논란 시 일반주주에 힘을 싣는 대신, 지배주주는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해 향후 소송에서 법적 정당성이 생긴다.
표 대결을 1개월 정도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것에 양측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표 대결에서 승리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서로 그리는 그림이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들은 우선 '환영' 입장을 냈다.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 사태 이후 잃었던 민심을 확보하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국가핵심기술이라는 방패가 생긴 셈이다. 최 회장 측은 지난 18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분쟁이 아닌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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