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찾는다…중견건설사 '불황 탈출법' 고심


대형 건설사 발 빼는 정비사업 공략
주거 브랜드 새단장 해 인지도 높여
친환경 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중견 건설사들은 수도권에서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에 뛰어들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준익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불황 타개를 위해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정비사업과 해외 진출을 강화하는 동안 중견 건설사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일감 확보에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들은 수도권에서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에 뛰어들고 있다.

우선 진흥기업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447일원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수건설과의 경쟁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163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설하는 것으로 공사금액은 687억원이다. 애초 이곳 조합은 현대건설과 시공권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공사비 갈등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SG신성건설 역시 성북구 장위 11-1구역 시공사로 선정됐는데 당초 이곳 조합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주택시장에서 대형 건설사 대비 인지도가 낮은 중견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낮춰 시공권을 따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비 급등으로 선별적 수주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곳엔 나서지 않는다"며 "서울에서 소규모라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이 새 주거 브랜드를 내놓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올해 반도건설은 '카이브 유보라'를 선보였다. 2006년 '유보라'를 선보인 후 18년 만이다. 금호건설도 20여 년 만에 기존 '어울림'과 '리첸시아'를 '아테라'로 변경했다. 1997년 '비발디'를 선보인 HL디앤아이한라는 '에피트'를 내놨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견 건설사들은 사회간접자본(SOC) 등 비주택 부문 수주에도 적극적이다. 동부건설은 올해 △부산항 진해신항 준설토투기장 호안 1공구 축조공사 △강릉~제진 철도건설 제8공구 노반공사 △서울 양천우체국 복합청사 건립공사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신축공사 △금양 3억셀 2차전지 생산시설 공사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건립공사 등 올해 2조원 이상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전 임직원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 올해도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며 "수익성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체질 개선 움직임도 활발하다. 기존 주력사업인 주택·토목만으론 생존이 어려워져서다. 한양은 독일 산업용 가스생산기업 린데와 손잡고 여수시 모됴동에 블루수소 생산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폐기물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친환경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신사업부문(폐기물 및 2차전지)의 매출 비중은 2022년 18.6%에서 올해 상반기 31.2%까지 상승했다.

중견 건설사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익성으로 직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SOC 예산이 줄고 지방은 적체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려 주택경기 침체 타격이 크다"며 "신사업의 경우 대형 건설사 대비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아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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