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주주 친화 정책을 꺼내며 향후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과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최 회장이 경영권 분쟁 중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달 2일에 이어 두 번째다.
최 회장 측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약 2조5000억원 규모 보통주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고 밝혔으나,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요구 등으로 제동이 걸렸다.
최 회장은 "공개매수가 끝나고 엄청난 주가 변동 현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 실수라고 하면 당연히 실수"라며 "불안정한 주주 기반을 고집할 것이냐는 고민을 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상황 자체가 보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공개매수부터 유상증자 결정·철회 과정에서 배임 등 위법 논란을 우려하는 이사회 구성원이 있었는지 묻는 말에는 영풍·MBK 측의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이사회가 있을 때마다 영풍·MBK는 협박성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법적 검토는 당연히 할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열릴 주주총회에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신랄하고 엄중한 주주 의견을 청취하며 오히려 희망과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 다가올 임시 주총 또는 정기 주총에서 고려아연 운명을 결정해 줄 분은, 고려아연의 캐스팅보트는, 고려아연 주주"라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시장 관계자와의 소통과 조언을 바탕으로 지배구조를 더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모습으로 개선해 나아가기로 했다"며 "혁신적인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이사회가 주주 의견을 충실히 들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한 "시장과 정책당국 기조에 맞춰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등 권리와 경영 참여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며 "주주에게 진심으로 호소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면 주주 지원에 힘입어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구체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가져왔다. 그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 담당) △IR 전담 사외이사 검토 △소액주주 보호 및 참여 강화 △주주 친화 및 주주환원(분기 배당 추진) 등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현재 겸직하는 이사회 의장직을 이른 시일에 내려놓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사회 운영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정책은 정관 변경 사항으로 주총 특별 결의가 필요하다. 최대주주 영풍·MBK 연합 동의가 필요한 셈이다. 최 회장은 "주주 이익에 관련된 사항이기에 주총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영풍·MBK가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적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소수 주주 다수결 제도(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도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MOM은 지배주주·소액주주 이해 상충 사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주주를 제외한 소액주주 의사가 이사회 의사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캐스팅보트 주주는 외국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라며 "많은 정책 중 일부를 말씀드렸고 추가로 주주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 추진할 생각이다. 소액주주 의견이 상당히 소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MOM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영풍·MBK가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것이 주주와 직원, 대한민국 경제에 득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매일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라며 "확고히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여기까지 왔다. 국민과 고려아연 주주가 모이면 그 결정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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