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일양약품의 오너 3세 정유석 대표와 김동연 대표가 검찰에 송치됐다.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양약품이 사법리스크까지 직면한 가운데 기업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 추락으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정유석·김동연 대표와 일양약품 법인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자사 만성골수백혈병치료제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장해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슈펙트는 지난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18번째 국산 항암 신약이다. 앞서 일양약품은 지난 2020년 3월 슈펙트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한 뒤 48시간 내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가 7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2만원을 밑돌던 일양약품의 주가는 같은해 7월 24일 10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했던 시기다. 즉,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양약품은 보도자료에 잘못된 정보를 넣은 적이 없으며, 임상 데이터에 근거해 정확하게 자료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의 시각은 다르다. 경찰은 연구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 일양약품이 사실과 다른 내용이나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을 보도자료에 포함했다고 봤다.
일양약품의 오너 3세와 대표이사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경영활동 위축이 예측되는 상황이다. 일양약품이 이 같은 악재를 딛고 실적 반등에 나설 수 있을까.
일양약품은 오너 3세 정유석 대표의 경영 합류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한 바 있지만, 이후에도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석 대표는 일양약품 창업주인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의 장남이다. 앞서 2013년 정도언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일양약품은 지난해 4월 정유석 대표이사를 공동대표로 선임하면서, 10년만에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로 합류하게 됐다.
앞서 일양약품은 지난 2018년 연 매출액 3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몇년간 실적 상승세를 그려오다 2023년부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3705억원으로 전년(2022년) 동기 3838억원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612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1%, 24.64% 감소한 수치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 법인 청산과 더딘 해외 연구개발(R&D)이 꼽힌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중국 법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통화일양)을 청산했다. 통화일양은 중국 내 건강기능식품·일반의약품(OTC) 제조 및 판매 업무를 맡아왔었다. 통화일양은 △2020년 304억원 △2021년 369억원 △2022년 기준 404억원의 호실적 기록하며 일양약품의 실적에 큰 몫을 해왔다. 전체 매출의 10.5%를 차지했던 통화일양의 해산으로 일양약품 실적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해외 진출로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 2022년 4분기에 중국에서 슈펙트의 3상 임상을 완료했음에도 현재까지 시판허가신청 자료 제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프랑스에서 슈펙트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임상도 4년째 환자를 모집 중인 상태다. 임상 완료 예정일도 기존 2022년 4월에서 2025년 5월로 연기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기업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될 경우 기업 신뢰도 추락은 물론이고 고객들이 해당 제약사에서 나온 제품을 믿고 복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오너 3세와 공동대표가 나란히 검찰에 송치된 이상 경영 활동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