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오승혁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 장기화에 희망퇴직, 임원 급여 반납 등의 비상경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국내 석화사들의 실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국내 석화 업계는 인력 효율화, 책임경영 등을 통한 비용절감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롯데의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한다. 롯데지주 임원들은 이달부터 20~30%, 롯데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은 10~30%의 급여를 자진 반납한다. 이들의 급여 자진 반납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에 공감해 급여 자진 반납에 동참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7일 롯데케미칼이 올해 3분기 영업손실 4136억원의 실적을 공개한 일이 경영진들의 급여 자진 반납을 이끌었다고 본다. 롯데케미칼은 증권가 전망치였던 영업손실 1500억원 보다 2636억원 많은 손실을 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에 흑자 전환해 성공했지만, 올 3분기에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한화솔루션의 화학 사업인 케미칼 부문도 3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석유화학 빅4 중 금호석유화학만 올해 3분기 매출 1조8279억원, 영업이익 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을 21.3% 늘리는 것에 성공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2.8%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상치를 하회한 석유화학 업계의 분기 실적과 여전한 중국발 공급과잉, 그리고 미국 보호무역기조 강화 전망이 우세해지며 4분기 역시 반등이 요원하다는 불안감 속에서 각 기업들은 긴축 체제로 속속 전환 중"이라며 "이미 일부 기업에서 희망퇴직 및 임원 급여 반납 소식이 알려진 만큼, 당분간 투자 재검토, 비핵심 자산매각, 조직 슬림화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근속 5년 이상 첨단소재사업본부 생산기술직 직원 대상 특별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 5~10년 기준 기본급 30개월, 10년 이상은 60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책정했다. 임원 연봉은 올해도 동결했으며, 임원들에게 연간 수백만원 수준으로 지급되던 '체력단련비'도 폐지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 1월 10년 이상 재직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들에게 퇴직 위로금 및 학자금을 지원했다.
사업장을 축소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편광판 및 소재 사업을 1조982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법인 매각을 재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자산 정리 등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는 동시에 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