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다빈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먹는(경구용) 감기약에 포함된 '페닐에프린' 성분이 코막힘 완화에 충분한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퇴출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동화약품의 '판콜에이'에도 페닐에프린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페닐에프린 성분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되면, 국내 의약품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지난 7일(현지시간) 페닐에프린 성분을 경구용 코 막힘 일반의약품(OTC) 성분 목록에서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페닐에프린 자체는 코막힘 완화에 효과가 있지만 코에 뿌리는 국소용에 비해 경구용으로 복용할 경우 충분한 양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미국 FDA 자문위원회는 페닐에프린이 함유된 약을 먹어도 코막힘 완화에 효과가 없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한 바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안정성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페닐에프린 성분을 경구용으로 복용할 때 흡수율이 떨어지는 점이 문제"라며 "해당 성분을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의약품 표준제조기준인 'OTC 모노그래프'에서 삭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TC 모노그래프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성분의 투약조건과 용량, 용법, 경고사항 등이 나열돼 있는 자료다. 미국에선 OTC 모노그래프에 따라 의약품을 제조할 경우 FDA의 승인을 거치치 않아도 시판할 수 있다.
페닐에프린은 코 막힘 완화 효과가 확인돼 30년 전 약으로 승인 받은 바 있다. 현재 의사 처방 없이도 마트나 약국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파트리지아 카바조니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박사는 "FDA의 역할은 약물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FDA가 검토한 기존 데이터와 자문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구용 페닐에프린을 의약품 목록에서 제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FDA는 6개월의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판매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국내 의약품에서도 페닐에프린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총 86개로 확인되면서, 정부와 제약사에서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경구용 감기약 중 페닐에프린이 포함된 대표적인 제품은 △동화약품 '판콜에이' △대우제약 '코벤시럽' △코오롱제약 '코미시럽' △글락스미스클라인(GSK) '테라플루나이트타임건조시럽' 등이 있다.
이 중 동화약품의 판콜에이는 인근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일각에서는 페닐에프린 성분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 될 경우 해당 성분이 함유돼 있는 판콜에이 또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에서 제외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종합감기약은 판콜에이와 동아제약 '판피린' 총 2종이다. 다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 막힘 효능을 광고할 수 없을 뿐, 퇴출 조치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판콜에이는 아세트아미노펜(해열·진통제), 구아이페네신(가래 배출을 돕는 거담제), 펜톡시베린시트르산염(항히스타민제), 페닐레프린염산염(코 막힘 완화),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비염, 두드러기 완화)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판콜에이가 페닐에프린 단일 성분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종합감기약이기 때문에 코 막힘 증상에 사용되지 않더라도 재채기, 기침, 가래, 발열 등 다른 감기 증상에는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페닐에프린 성분이 빠지게 되더라도, 코 막힘 완화 효능이 빠질 뿐, 복합 감기약 성능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관련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해당 품목이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업체들에게 자료를 제출 할 수 있는 기간을 주고 전문가 회의를 통해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아직 식약처로부터 전달 받은 사항이 없고, 관련 이슈가 발생한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편의점용 '판콜에이'와 약국용 '판콜에스'에 함유된 성분이 다른데 둘다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페닐에프린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판콜에이뿐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회사 관계자는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예정이며,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페닐에프린 성분이 퇴출 될 경우 해당 성분을 뺀 제품을 새로 제조해야 한다. 이 경우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비용, 시간적인 측면에서 모두 부담이긴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