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금융감독원 제동에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를 저울질하고 있다. 영풍·MBK 연합 임시주주총회 소집 압박 등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이사회 사외이사들은 지난 주말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 반응과 전문가 의견을 공유하고 향후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정기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 설치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보통주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공개매수로 생긴 차입금을 갚고 재무건전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회장 경영권 사수를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 있었다. 금감원은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며 효력을 정지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이 제외된 별도 모임을 통해 구체적인 방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 일정 등이 외부로 노출된 점을 의식했다는 의견이 있다.
이사회 내에서도 유상증자 강행 의견과 철회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 8일 철회에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에 "확정된 바 없다"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정정신고서 제출 또는 철회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이 마주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된 한국투자증권은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 0.8%(15만8861주) 전량을 공개매수 기간과 그 이후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공개매수·유상증자 조사에 대한 선제 조치라는 평가가 있다.
다만 어려운 시기 '친구'도 가려졌다. 한화에너지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 7.25%를 주당 2만7950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어 양측 모두 이익이다.
한화그룹은 최 회장 측 경영을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냈다. 한화그룹은 "한화, 한화임팩트 등이 갖는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며 친환경에너지 분야 사업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마음이 급한 최 회장 측이 한화 지분을 헐값에 팔았다는 비판도 있다.
영풍·MBK 연합이 요구한 임시주주총회는 이르면 다음 달 말,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열릴 전망이다. 법원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심문기일은 오는 27일 열린다. 통상 주총 소집 허가는 인용 가능성이 크다. 영풍·MBK 연합은 지분율 우위를 바탕으로 경영권을 장악할 계획이다.
영풍·MBK 연합은 윤석헌 전 금감원장 등 12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2명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새롭게 선임해 이사회(27명) 과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집행임원제 안건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영풍·MBK 연합이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 명단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영민·배상윤 영풍 대표이사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변현철 변호사도 있다. 홍익태 전 경찰청 차장과 이득홍 전 서울고검 검사장 등도 있다.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MBK 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지배구조와 주주가치'를 경영권 확보 이유로 꼽는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김병주 도서관 착공 행사에서 고려아연 인수 추진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영권 분쟁 속 고려아연 올해 3분기 실적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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