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정리=이중삼 기자]
◆ 트럼프 당선 발등에 불 떨어진 韓 자동차·철강업계
-산업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금 당선됐는데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만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보호주의를 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맞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큰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민이 깊어지는 분야는 자동차입니다.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123억4500만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243억2100만달러)에서 미국 비중은 50.8%로 집계됐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총 165만대(22.8%)를 미국에 수출했으며, 미국 시장 판매 차량의 국내 생산 비중은 지난해 9월 누적 기준으로 현대차가 65%, 기아가 52%로 집계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를 부과한다면 현대차·기아의 경우 절반 이상의 물량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죠. 조희승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권이 자동차 부문에 관세 10~20%를 부과할 경우(생산자가 전부 부담한다는 가정 하에)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각각 월 2000억원~4000억원, 1000억원~2000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외에 GM 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 KG 모빌리티는 어떤 상황인가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사업장은 미국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수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는 2032년까지 신차 판매의 56%를 전기차로 구성하고, 단계적으로 친환경차 비중을 늘리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소형 SUV는 친환경차(저공해차)로 분류됩니다. GM은 북미 본토에서는 대형 SUV와 픽업트럭을, 한국 사업장에서 소형 SUV를 수입해 판매하며 규제에 대응해왔는데요. 만일 미국 수출 물량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에 민감한 소형 SUV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지고,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서 1조1000억원을 투입해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을 소형 SUV 생산 체제로 전환한 GM 한국사업장 입장에서는 당장 전략을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르노코리아와 KG 모빌리티는 북미 지역 수출을 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주력 수출국은 유럽과 남미, 중동 등이라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또 아직까지 신차 '그랑 콜레오스'나 '액티언' 등에 대한 북미 수출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어떤가요.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차의 경우 역시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북미 지역에 공장을 짓고 생산한 제품을 판매할 경우, 관세는 피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 공장(HMGMA)을 지난 10월 3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트럼프의 친환경차 지원 제도의 축소가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대해 대당 보조금 7500달러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트럼프가 당선 이후 IRA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라 할지라도 지원금을 받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전동화를 적극 추진하는 한국 자동차업계 입장에서는 정말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지 않나요.
-미국의 친환경차 혜택 축소가 국내 자동차업계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주력으로 삼고 있지만, 기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환경 정책 후퇴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상당 기간 늦춰지면서 우리 기업의 전기차 판매가 위축되겠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도 우리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수출이나 판매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업계 외에 타격이 전망되는 곳은 어디인가요.
-철강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입니다. 실제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로 인해 철강 수출 비용이 증가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전례가 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협상에 나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량을 3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는 '절대 쿼터제'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지 않는 대신 수출 물량을 줄인 것이죠.
트럼프가 재집권한 이후에도 수입 철강품목에 대한 제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의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철강 덤핑 방지를 위해 50%의 강력한 관세를 부과했는데 솔직히 그보다 더 높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국 내 철강업체를 인수하거나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세계 4위 철강사 일본제철은 약 141억달러(18조3000억원)을 투입해 미국의 3대 철강사 US 스틸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생산을 통해 관세를 우회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트럼프의 재집권 속에서 한국 자동차 업계와 철강 업계가 지혜를 모아 불확실성을 해소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트럼프 당선에 1400원대 치솟은 환율…한은 금리 인하 발목 잡나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이어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6일∼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75%∼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낮췄습니다. 지난 9월 19일 0.50%포인트 인하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뒤 두 차례 연속 금리 하향 조정을 했습니다.
-연준은 연속 인하의 근거로 물가 안정, 완전 고용 목표 등을 언급했다고요.
-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연준이 두 달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이 이에 맞춰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지에도 시선이 쏠리는데요.
-네, 한국은행도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연준이 베이비 컷(0.25%포인트 인하)을 결정하면서 한은으로서는 일단 '금리 격차' 측면에서 인하의 부담이 다소 줄게 된 셈인데요. 한국(3.25%)과 미국(4.50∼4.75%)의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물가 흐름 역시 금리 인하에 긍정적인 모습인데요.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습니다. 9월(1.6%)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를 유지하며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 트럼프의 재선 등이 금리 인하의 큰 걸림돌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최근 환율은 1400원대로 치솟으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데요.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6일 원·달러 환율은 1404원까지 뛰며 약 7개월 만에 다시 1400원대를 밟았고 7일에도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은 채 1400원 안팎에서 등락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 전망과 함께 지난달 이후 계속 오르는 추세인데요.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 기준금리까지 더 낮아진다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더 뛸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요.
-네,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불안 등 트럼프 재집권 여파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을 강화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확정적 재정정책이나 반(反)이민 기조 등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도 "경기 악화보다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은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유의해야한다고 밝혔는데요.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8일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 대선 직후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상승했다가 상당부분 되돌려졌으며 금리·주가 등 여타 가격변수의 변동폭도 비교적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향후 글로벌 성장·물가 흐름과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환율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데요.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환율 수준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3.25%)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은 신중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이내에는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올해는 물론 내년 1월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부정적 메시지를 낸 셈인데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는 어떤 결정을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