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새 국면 맞을까…최태원·노소영 소송 대법 판단은?


대법, 심리 지속 여부 8일 결정

대법원은 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심리를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 대한 심리 지속 여부가 8일 결정된다. 만약 심리를 이어갈 경우 반격 카드를 쥔 최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자정까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정식 심리 여부를 결정한다. 대법원은 상고심 특례법에 따라 상고 기록을 받은 날부터 4개월 안에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이날까지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하면 2심 판결이 확정된다. 앞서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혼 소송 사상 유례없는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액이 그대로 정해지는 것이다.

다만 SK그룹 경영과 임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양측이 여러 쟁점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 심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최 회장 측은 보유 SK 주식(옛 대한텔레콤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특유 재산'이라는 입장이다. 노 관장 측은 유무형 기여를 통해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심리가 이어질 경우 SK 주식을 특유 재산으로 볼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심은 주식을 특유 재산이 아닌 부부 공동 재산으로 봤으나, 판결 이후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최 회장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상속·증여받은 주식을 부부 공동 재산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 회장 측도 대법에 "배우자의 기여를 넓게 인정해 한쪽의 특유 재산을 부부 공동 재산으로 취급한다면 부부별산제 원칙은 형해화될 것"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재계의 공통된 시각은 최 회장의 반격 카드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상고심 심리를 지속할 수 있을 때 얘기다. 대표적으로 SK 주식 가치를 판결문에 잘못 적었다가 사후 경정(정정)하는 등 2심 판결과 관련해 앞서 매끄럽지 않은 대목이 있었다. 최 회장 측은 2심이 주식당 가치 부분을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뒤늦게 경정한 것에 대해 '치명적 오류'라고 지적하며 재산분할 근거가 된 주식 가치가 달라져 재산분할 금액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있었다면 이를 상고로 바로 잡는 것은 상식"이라고 밝혔다.

노소영 관장은 노태우 비자금이 SK에 유입됐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상황이다. /더팩트 DB

특히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이라는 판결이 나오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비자금 유입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남긴 '선경 300억' 비자금 약속어음 메모를 기정사실화하며 이 자금이 SK 성장에 마중물이 됐다는 노 관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는데, 현재 이와 관련해 신빙성 논란이 증폭되는 중이다.

오히려 '비자금 메모'를 놓고 'SK가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로 약속한 노후 자금'이라는 정반대의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실제로 어음 발행일은 지난 1992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이다.

노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앞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줬다면,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말했다. SK 2인자였던 손길승 명예회장도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SK에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비자금 메모'의 증거력을 둘러싼 의심이 지워지지 않은 가운데, 대법원은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단 '노 관장의 유무형적 기여'로 인정된 대목에 대해 법리적 확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유입됐다고 인정한 2심의 판단이 법률 원리에 맞는 것인지 따지게 될 전망이다. 비자금이 태평양증권 인수, 이동통신 사업 진출,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는 노 관장의 주장은 앞서 구체적 물증이 나오지 않아 다시 들여볼 필요가 있다. 만약 비자금 유입설이 사실이더라도 경영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노 관장이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한지 여부도 재차 살펴볼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법조계 관계자는 "노 관장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유입됐다'고 주장했다면 이는 최 회장이 아닌, 노 관장 측에서 증명해야 할 부분"이라며 "2심만 놓고 봤을 때 '노태우 비자금'의 진위 확인 절차가 명확하진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노 관장을 비롯한 노 전 대통령 일가는 범죄 수익 은닉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승소를 위해 비자금의 존재를 뒤늦게 알렸고, 이내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었다. 정치권은 그간 알려지지 않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일가를 범죄 수익 은닉, 불법 증여 등 혐의로 검찰과 국세청에 고발한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는 "노 관장의 진술과 김 여사의 메모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범죄 수익을 은닉해 왔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국고로 환수해 사법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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