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오승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2기' 집권이 확정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통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정유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위기론을 부정하며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의 회귀를 강조해왔다. 석탄, 석유, 셰일가스 등의 화석연료 개발 및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1기 행정부를 이끌었던 재임 기간(2017~2021년) 중인 지난 2017년에도 "기후위기는 사기"라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 규정을 비롯해 환경 관련 100개 이상의 규정을 함께 철회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도 재집권에 성공하면 다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당선에 따라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려 지난 2020년에 재가입한 파리기후협정에서 재탈퇴할 듯하다. 첫 임기에 했던 것과 같이 전통 화석연료 부흥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정KPMG는 지난 7일 발간한 '트럼프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권이 기존에 규제를 강화했던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파리기후협약 재탈퇴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며 "석유 시추 등 에너지 생산 규제 철폐 및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한 전통 화석연료 생산 증대를 도모할 듯하다"고 예측했다.
법무법인 지평은 최근 '트럼프 당선이 한국 경제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내 오일 생산 확대, 석유 업체에 대한 규제 및 세금 완화, 연방 토지 내 시추 허가 확대 등 화석연료 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해 국제 유가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며 "친환경 투자 부담 축소가 국내 정유업계에게 우호적인 영업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가 원유 증산에 들어가면 유가는 하락할 수 있다. 저유가로 인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의 국내 정유사들은 일시적 재고평가손실을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상승해 수익성이 개선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연료유 중심의 석유 제품 수요가 장기화하면 한국의 정유산업은 안정화된다"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감소하고 현금 흐름이 개선되며 국내 정유사들의 재무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 정부의 기후위기론 부정에 따라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의무화 등의 친환경 정책들이 늦춰질 수 있는 점도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실적에 유리할 수 있다. 한국은 2022년 글로벌 점유율 29%로 항공유 수출 세계 1위에 오른 바 있다. SAF 사용 의무화 연기로 원가 부담이 적어져 여행 및 운송 수요와 함께 항공유 수출량이 증가하면,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도 높아진다.
트럼프가 집권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공언한 만큼, 종전 후 양국의 경기 회복을 위한 석유제품 수요 상승도 기대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트럼프 재집권으로 석유제품 수요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정유사들의 사업안정성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